컨텐츠 바로가기

10.15 (화)

페리 전 국방장관 "트럼프, 정상회담 기대치 상당 부분 낮춰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비핵화 검증이 최대 난제, 모라토리엄이 현실적 방안"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항구적인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파격적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기대치를 낮추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다소 유보적인 전망을 나타냈다.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페리 전 장관은 1994년 북핵 개발 저지를 위해 북핵시설에 대한 이른바 외과수술식 타격이라는 강경책을 고안했고 1999년에는 미정부의 북핵조정관으로 이른바 '페리 구상(이니셔티브)'을 성안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연합뉴스)



이에 따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났으며 북한군 고위 간부(조명록)가 백악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빌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타결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결국에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처럼 북핵 해결 일보 전까지 갔던 경험을 가진 페리 전 장관은 시사지 애틀랜틱과 인터뷰(9일 자)를 통해 자신의 대북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협상 전망에 신중론을 나타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현재 핵 억지력이 상당 수준에 올라있다는 자신감이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외부 침략을 충분히 저지하고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으로서) 인정을 받을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이 비록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전방위 제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신이 관여했던 1990년대보다) 훨씬 강화된 입장에서 협상에 들어서고 있다면서 자신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협상에 나설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페리 전 장관은 그동안 북한과 여러 차례에 걸쳐 핵 합의가 있었지만 결국 핵 개발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북한이 모든 핵시설 개방과 핵 개발 중지를 검증할 외부 사찰단의 활동을 거부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9년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할 기회가 있었으나 지금은 이것이 가능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면서 "지난 25년에 걸쳐 우리는 북한이 정말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점을 깨달았으며 따라서 나는 검증을 가장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검증할 수 없다면 합의에 너무 높은 평가를 부여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페리 전 장관은 무엇보다 북한이 현재 몇 개의 핵무기를 가졌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므로 북한 측이 만약 15~20개의 핵무기가 전부라고 내놓을 경우 이것이 전부인지 아니면 몇 개가 아직 남아있는지를 확신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핵물질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의 경우 은폐가 용이하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을 공개한다 해도 다른 곳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페리 전 장관은 그러나 탐지가 비교적 용이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것의 중단을 끌어낼 경우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장착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의 최종 마무리 작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페리 전 장관은 따라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조건으로 북한에 대해 남북한 경제협력이나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점진적인 미-북 관계 정상화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의했다.

그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전쟁상태 종결은 미국으로서 크게 부담 없는 조치이며 특히 만약 북한이 막판에 협상을 깰 경우 번복이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리 전 장관은 자신의 구상이 비록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가능하고 바람직하며 검증 가능한' 현실적 방안임을 강조했다.

yj378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