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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신규 저비용항공 사업자 진입규제 강화 "과당경쟁 우려" vs "기존 대기업 독과점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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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향후 과당경쟁 심화를 우려해 신규 면허를 발급받으려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자본금, 항공기 보유대수 등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 하지만 국토부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LCC간 과당경쟁을 가능성을 이유로 들어 절반 이상이 대기업 계열사이고 급격하게 성장 중인 국내 LCC 시장을 지나치게 보호하려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국토부가 오는 14일부터 입법예고하는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인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는 LCC 진입 면허 기준 강화 방안이 담겨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LCC 신규사업자의 면허요건은 자본금 150억원에서 300억원, 항공기 보유대수는 3대에서 5대로 강화된다. 앞으로는 인력확보계획 적절성을 면허기준 중 하나로 명문화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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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기존 LCC 사업자 관리도 강화한다.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돼야 재무구조 개선 명령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개선명령 발동시기가 2년으로 단축된다. 개선명령을 받고도 50% 이상 자본잠식이 지속되면 면허 취소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국토부의 LCC 사업 진입장벽 강화가 대기업 중심의 국내 LCC 시장을 지나치게 보호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LCC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과당경쟁을 미리 우려해 기존 사업자들에게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LCC 시장에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서울·에어부산,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 애경그룹이 지분을 소유한 제주항공 그리고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6개 회사가 진출해 있다. 항공업계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내 LCC 6곳은 지난해 매출 3조6309억원, 영업이익 2783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35.0% 늘었고 영업이익은 92.7%나 급증했다.

LCC의 여객수도 증가했다. 국제선 여객을 보면 진에어는 2016년 375만명에서 486만명으로, 티웨이항공은 202만명에서 328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여객이 늘어나자 LCC 항공사들은 항공기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에 신규 등록한 34대 항공기 중 18대(52%)는 LCC에서 나왔다.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도 향후 높은 시장 진입 장벽이 기존 사업자들 간 경쟁제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안전 강화를 위해 규제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다만 지금처럼 ‘과당경쟁 우려’를 명목으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어렵게 하는 규제 신설은 기존 사업자들의 경쟁을 약화시키고 독점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6개 LCC 업체들간 가격 경쟁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발간한 평균 운임 자료를 보면 2016년 1월~2017년 2월 사이 인천-나리타 구간의 대형 항공사 평균 운임은 25만3814원이었다. 같은 구간의 LCC 6곳의 평균 운임은 25만3768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인천-오키나와 구간은 대형 항공사(20만3458원)에 비해 LCC(20만3541원)의 평균 운임이 더 높았다.

국토부는 항공사업의 특수성상 새로운 사업자의 LCC 진입규제 강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2009년 사업을 철수한 한성항공이 자금 위기를 겪으면서 소비자 환불이 안 되고, 정비사·조종사 임금이 미지급된 점을 예로 들어 진입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수익이 줄어들면 안전 관련 비용을 제일 먼저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항공산업은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직결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LCC 시장의 과당경쟁 판단 기준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토부는 3년 전인 2015년 11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서울에 면허를 내줄 때 “최근 5년간 국내 항공시장 규모가 연평균 7.8% 성장 중”이라며 LCC 시장 과당경쟁 염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자본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만 LCC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LCC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와 기득권을 보호하는 규제를 구분해서 봐야한다”며 “안전 관련된 기준을 높이고 사후 감독을 국토부가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중소사업자의 진출을 막는 식의 진입규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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