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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반도체 머니게임②] 세계 1위 뺏기나…삼성전자 M&A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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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의존도 높은 삼성전자, 브로드컴도 인텔도 달갑지 않은 형편

뉴스1

인텔.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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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먹고 먹히는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지각변동에 삼성전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거나, 인텔이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두 시나리오 모두 삼성전자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퀄컴 인수를 추진 중인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텔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 지난해 말부터 브로드컴 인수를 검토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업체인 퀄컴을 무선통신칩 분야 강자인 브로드컴이 인수해 합병할 경우 5G 등 무선통신칩과 모바일칩 분야에서 독보적인 최강자로 올라선다. 이는 5G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인텔이 가장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이때문에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라는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또 여기에는 퀄컴의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거나 5G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해 브로드컴의 행보에 제동을 건 미국 정부의 바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브로드컴을 인수하면 사상 최대 규모의 M&A가 탄생하게 된다. 만약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에 성공해 퀄컴까지 품에 안게 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인텔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기업이 현재로선 거의 없다.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속내는 착잡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세계 1위 인텔의 아성을 꺾었지만, 반도체업계의 빅딜이 성사되면 세계 3위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반도체는 독보적 세계 1위지만 이보다 시장이 훨씬 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켜 승부수를 띄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퀄컴의 운명은 삼성전자의 초미의 관심사다. 퀄컴의 향방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 분야 실적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퀄컴 의존도가 높다. 애플을 대만 TSMC에 뺏긴 후 삼성전자의 초대형 고객사는 퀄컴 밖에 남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러나 7나노 1세대 공정에서 삼성전자의 오랜 고객사인 퀄컴마저 TSMC를 택했다. 메이저 고객사 없이 버티던 삼성전자는 절치부심 끝에 지난달 퀄컴의 5G 모뎀 솔루션 '스냅드래곤 5G' 물량을 수주했다. 최초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사용한 7나노 LPP(Lower Power Plus) 공정에 대형 고객을 유치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삼성전자가 이번 모뎀 물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퀄컴은 삼성전자 7나노 LPP 공정에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생산도 맡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퀄컴의 운명이 얽히고 설킨 M&A로 불확실해지면서 삼성전자도 치열한 눈치싸움에 내몰렸다. 퀄컴이 어느 기업의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오랜 계약관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대만 TSMC에 주로 칩 생산을 맡기고 있는데다, 퀄컴을 인수할 경우 브로드컴이 TSMC와 삼성전자 사이에서 '가격 후려치기'를 할 가능성도 높아 이래저래 삼성전자에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인텔까지 가세하면서 계산서는 더욱 복잡해졌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사업에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5G 통신, 사물인터넷(IoT), 뉴메모리반도체까지 확장하고 있는 인텔의 변신은 반도체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이때문에 삼성전자도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퀄컴이 인수를 추진 중인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회사 NXP를 삼성전자가 인수하는 안을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전자 측에 제안한 것도 이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견제구'로 빅딜 구도가 더욱 복잡해졌다"며 "반도체업계의 지각변동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다보니 제2의 '하만' 인수와 같은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반도체업계에서도 나오지 않겠나 기대하는 시각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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