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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북미회담 여파 우려하는 워싱턴…참모 트럼프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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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의원들 "제재 유지해야"…민주 "외교관없어"

자카리아 '성급한 결정…北에 휘둘릴 수 있어"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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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얼굴을 마주하는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조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들은 갑작스럽고, 증흥적인 대통령의 결정에 자신들의 입장을 조정하는 민첩함을 보이고 있지만 워싱턴 정가의 의원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 협상에 어떤 여파를 미칠 것인지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요청에 응한 것을 단순히 '쇼'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 일부 주장을 부인하며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극을 위해 이걸 하는 게 아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정상회담 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벌이는 미군 훈련은 대화 움직임과 동시에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경계론 확산되는 워싱턴 정가

하지만 정치권에서 경계론은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는 비핵화 압박을 지속하면서 신중하게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에 회담을 다룰 수 있는 경험 많은 외교관들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 내 몇몇 의원들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동참한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은 미국은 "북한의 루시를 상대하는 찰리 브라운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루시와 찰리 브라운은 미국의 만화 '피너츠'에 나오는 캐릭터로 전자는 심술쟁이 소녀, 후자는 순진한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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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문 타운십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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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의원은 CNN에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이란과 했던 일을 하는 것이다. 즉, 압박을 풀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행동을 그냥 지켜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북한이 확인 가능한 방법으로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제재 수위를 조금씩 높이는 것, 이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목표 근처까지 갔다는 데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애리조나)은 "북한이 비핵화 준비가 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상회담 전에 수십 번의 "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복잡한 외교 정책을 맡은 자원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회담을 해봐야 북한에 끌려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CNN에 현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공석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워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성공하길" 원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협상에 뛰어들어 이용당할 것이 무척이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날 폭스뉴스엔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 체제와 핵 프로그램을 합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 큰 선물을 안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일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 국무부는 "약화되고 있다"면서 경험 많은 외교관들은 많지 않고, 다수가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관들 없이 외교를 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예정된 회담은 그간 외교적 노력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NBC뉴스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대통령이 외교를 이용하는 상황이지만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것은 큰 차이다. 제재와 방위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은 앉아서 그가 거래할 수 있을지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의원들은 이번 회담을 북한의 변화 조짐으로 축하하기보다는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은 전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의원은 북미 회담 전에 북한이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CBS에 "나는 몇몇 구체적 조치를 보고 싶다. 단순한 실험 중단 이상의 것이다. 왜냐하면 컴퓨터 모델링은 여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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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밝히고 있다. 왼쪽엔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 오른쪽엔 조윤제 주미대사가 서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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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은 협상 시작이 아니라 정점'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날 CNN 칼럼에서 '정상회담은 긴 협상의 시작이 아니라 정점이 돼야 한다'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발언과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전쟁 직전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의 지적을 인용하며 정상회담 결정이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자카리아는 또 대통령이 보여 왔던 경솔한 외교적 처신을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를 상대로 강경한 발언을 했고, 그러면 이 나라들은 대통령에게 아첨하고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러면 대통령은 입장을 바꿨다. 그는 통 큰 양보를 했지만 상대로부터 받아낸 것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45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야의 우려스러운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즉흥적으로 이를 결정했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전일 뉴욕타임스(NYT)는 "45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경계심을 걷어치우고, 수십년 간의 관례를 따르지 않은 채 전 세계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난제 중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위험이 큰 외교 전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위험이 큰 도박이 성과를 낼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NYT는 "양쪽 모두 예측불가능하고 흥분을 잘 하기 때문에 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회담이 이뤄진다고 해도, 난제는 많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다른 대통령들은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이번 회담에) '딜 메이커(협상가)'로서 자신의 평판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더힐은 백악관이 조야의 우려와 상관없이 이번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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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만났다고 13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노동신문) 2018.2.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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