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3 (일)

[반도체 머니게임①] 야성 드러낸 인텔, 적대적 M&A 만지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텔, 퀄컴 인수 추진중인 브로드컴 M&A '만지작'

'브로드컴+퀄컴' 결합시 인텔에 위협될 우려 높아

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의 모습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반도체 업계 '넘버 2'인 미국의 인텔이 싱가포르계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설 태세다. 브로드컴이 현재 추진중인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사 퀄컴과의 M&A가 성사될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 것이란 경계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인텔은 올초부터 중국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에 적극 나서는 데다가 추격 업체의 경쟁을 우려한 적대적 M&A까지 검토하는 등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통신칩 전문 '브로드컴+퀄컴' 결합시 인텔에 위협

12일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인텔은 내부적으로 브로드컴을 적대적 M&A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은 무선랜, 블루투스 등 근거리 통신칩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154억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 6위를 차지했다. 2015년 싱가포르의 아바고(Avago)가 37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시장 인지도를 감안해 사명을 브로드컴으로 바꿨다.

WSJ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2430억달러(약 259조원)인 인텔이 추정 몸값만 1000억달러(약 106조원)에 달하는 브로드컴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인텔이 적대적 M&A를 하려면 여러 재정적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는데다가 여러 관계당국의 정밀조사까지 거쳐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인텔이 49년 역사동안 여러 M&A를 시도했지만 가장 큰 규모가 2015년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갑작스럽게 브로드컴 인수를 검토하고 나선 이유는 브로드컴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퀄컴 M&A에 대한 우려에서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퀄컴에 1300억달러에 달하는 M&A를 제안했다. 역대 반도체 시장 M&A 중 최대 규모다.

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 전경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만약 브로드컴과 퀄컴의 M&A가 성사되면 세계 3위의 거대 반도체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근거리 통신칩 전문인 브로드컴과 모바일 통신칩 전문 제조사인 퀄컴의 '한집 살림'은 글로벌 통신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WSJ도 "인텔이 1000억달러에 달하는 브로드컴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라이벌인 퀄컴과의 잠재적 결합으로 초래할 위협에 대한 두려움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에 1위 내준 인텔…새 먹거리 '자율주행'도 불안

인텔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자율주행 반도체 분야에서도 브로드컴과 퀄컴은 경쟁자로 꼽힌다. 인텔은 지난해 자율주행 관련 센서 전문기업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사들였다.

퀄컴도 2016년 9월 네덜란드의 자율주행 반도체 전문기업 NXP를 39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만약 퀄컴의 NXP M&A가 마무리되면 브로드컴은 자연스럽게 NXP의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흡수하게 돼 인텔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애플에 아이폰 전용 모뎀칩 공급과 관련해 퀄컴과도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다양한 행보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는 전세계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보안결함 '멜트다운'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올 초에는 11년간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11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한 마이크론과 결별하며 중국 기업의 손을 잡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텔은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UNIC메모리테크놀로지와 낸드플래시 장기 협력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도체 굴기' 이후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업체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인텔은 24년간 왕좌 자리를 유지했던 반도체 업계 1위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련 매출 612억1500만달러로 577억1200만달러를 기록한 인텔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WSJ는 소식통을 통해 "인텔이 브로드컴과 퀄컴의 M&A가 무산되길 희망하는 것도 이들의 결합이 인텔,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번째 규모의 반도체 기업 탄생을 우려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경쟁적 지위가 위협당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sho218@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