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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복 둘러싼 ‘전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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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봄나들이를 즐기고 있다.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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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직장인 A 씨는 최근 기온이 올라가면서 한복을 대여해 가까운 궁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A 씨는 나들이 당일 촬영한 자신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렸다. 하지만 SNS에서 A 씨의 한복을 두고 “근본도 없는 한복”, “정체 불명의 한복” 이라는 댓글이 달리면서 순식간에 A 씨 한복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A 씨도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올리며 주장했지만, 이내 다른 댓글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기분 좋게 나갔던 나들이는 뜻하지 않은 갈등에 휘말리면서 최악의 봄나들이로 기억되고 말았다.

3월을 맞아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경복궁 등 인근 궁으로 한복을 대여해 나들이를 나가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A 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때아닌 ‘전통 한복’ 논란에 휩싸인 시민들도 나오고 있다.

A 씨가 입은 한복은 소위 ‘퓨전 한복’으로 기존의 한복과 달리 옷고름이 없고, 뒤에 리본이 달린 것이 특징이다. 또 치마는 금박 등 화려한 레이스 장식이 달려있다. 이 같은 한복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판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주최로 열린 ‘한복토론회’에서 한복 전문가 C 씨는 “한복은 맞춤이나 판매가 아닌 렌탈의 의상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 뒤 “더 이상 전통문화로 입는 게 아니라 특이한 옷, 코스튬 정도로 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최근 ‘퓨전 한복’을 알았다는 직장인 김모(28)씨는 “한복이라면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적어도 전통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훼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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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봄나들이를 즐기고 있다.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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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복토론회’가 열리던 당시인 9월2일부터 6일까지 온라인 설문 조사기관 ‘패널나우’가 만14세이상 남녀 진행한 ‘흔히 볼 수 있는 퓨전 한복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인 한복의 정체성을 헤친다’는 3484건의 동의를 얻었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한복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10730건의 동의를 얻었다. 한복의 전통을 헤친다는 의견에 무려 3배에 가까운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그럼 좀 이쁜 생활한복을 저렴하게 내놓던가…. 전통한복 싼 건 촌스러워 못 입고 이쁜 건 명품가격이고…. 누가 입기 싫어 안 입을까 의견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현재 한복도 신라 백제부터 시대 따라 변해온 것 아닌가?”라며 퓨전 한복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네티즌은 ”코스프레용 한복 솔직히 별루.. 다른 데선 몰라도 고궁에서 그런 건 진짜 아니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퓨전 한복’ 과 ‘전통 한복’을 둘러싼 논쟁과는 별도로 한복 대여 수치는 2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신한카드 트렌드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16년 20대의 한복 구매 및 대여 결제금액은 2014년 대비 208% 증가했다. 또 24세 이하의 한복 관련 업체 카드 이용 건수를 살펴보면 2013년 529건에서 2015년 2250건으로 4배가량 늘었다. 월별 24세 이하의 한복 관련 업체 카드 이용 건수는 여름방학 시즌인 7~9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한 한복대여점 업주 D 씨는 지난해 9월 열린 ‘한복토론회’ 자리에서 “손님들에게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퓨전 한복을 입는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한복은 불편했지만 퓨전 한복이 촉감이 좋고 시원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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