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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무비클릭] 더 포스트 | 정부 탄압 맞선 ‘위대한 폭로’…저널리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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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드라마, 스릴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116분/ 12세 관람가/ 2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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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포스트’는 언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그 의미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때는 1971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무렵, 뉴욕타임스가 ‘펜타곤 페이퍼’라 불리는 특종을 싣는다. 4000장에 달하는 이 기밀문서 안에는 무려 네 명의 대통령이 30여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담겨 있다. 닉슨 대통령은 이 중대문서를 노출한 뉴욕타임스에 정간을 명하고, 반역죄를 비롯한 엄중한 법적 처벌을 꾀한다. 문서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노출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범죄라는 것을 의미하며, 강력 대응을 통해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와 다르지 않다.

영화는 특종 보도를 가장 먼저 해낸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검열과 징벌적 억압에 시달리던 그때, 두 번째 보도를 해낸 ‘워싱턴포스트’를 주목한다. 이 점이 바로 영화 더 포스트의 강점이다. 대개 많은 영화들은 첫 번째를 중시한다. 평범한 영화적 관습이라면 특종을 따낸 뉴욕타임스 기자들을 다루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조금 다르게 이야기한다. 이미 특종이 될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심지어 보도를 할 경우 어떤 식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싣는 ‘두 번째 보도’의 위엄과 진실성 그리고 용기야말로 주목해야 할 영화적 사건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편집장 벤(톰 행크스 분)과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 분)은 기사가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고 그들 모두가 다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과 캐서린은 이익을 위해 언론사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을 따른다. 위험을 무릅쓰고 비밀문서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마음먹은 두 번째 언론사가 된 것이다.

세상에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언론 영화는 제법 흔하다. 가톨릭 사제들의 관습적 성추행 사건을 다뤘던 ‘스포트라이트’(2015년) 역시 이 계보에 속한다. 하지만 더 포스트는 여성 발행인의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지금껏 데스크 위주로 진행되던 언론 영화의 관습에서 벗어난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일선에서 완전히 멀어져 있던 캐서린이 커다란 위협에 맞서 발행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여성 영화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대법원은 결국 언론의 손을 들어준다. 그렇게 승리를 거머쥐고 법원 밖으로 나오지만 모든 언론의 관심은 워싱턴포스트가 아니라 뉴욕타임스로 쏠린다. 워싱턴포스트는 엄밀히 말해 두 번째 보도를 한 작은 지방지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성 발행인 캐서린이 걸어 나오는 그 길은 그녀를 존경스럽게 우러르는 여성들의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역사는 비록 뉴욕타임스와 베트남전을 떠올리겠지만 그것이 역사가 되는 데에는 캐서린이나 이류 지방지의 용기가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이는 한편 또 다른 역사적인 사건인 닉슨의 ‘워터게이트’ 보도가 어떻게 워싱턴포스트에서 가능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예고편처럼 워터게이트를 보여주며 끝나는 영화의 엔딩 장면은 스티븐 스필버그식의 따뜻한 농담과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점점 더 영화적 지혜가 깊어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수작이다.

매경이코노미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9호 (2018.03.14~2018.03.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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