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햇볕에 구워진 서우라하가
멋대로 입다 돌려준
바람의 옷을 껴입고
한 번씩
돌아누우면 다른 꿈이 돋아났다
그러면 나는 어린 나무가 되어
어깨를 기울여 들어가 보는 당신의 잠
새알처럼 동그란 눈으로
검은 하늘에 풀어놓은 바람의 지문을
받아 적는다
한 페이지를 읽으면
한 개씩 손금이 생겨났다
속살을 밀고 일어서면
새살이 돋아나는 하루가 즐거워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친다
발밑 저수지 물관을 돌아 나가고
내게는 한 뼘 발목이 가득 들어찬다
■시인이 지면에 밝힌 바에 따르자면 '서우라하(Sauraha)'는 '네팔 중부 지역에 있는 관광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시는 '네팔의 바람과 나무와 새알과 하늘'에 얹혀 있는 셈이다. 그렇긴 한데 '서우라하'는 차라리 강원도의 어느 계곡이나 여느 도시에 다소곳이 깃들어 있는 동네 이름만 같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이 봄이라서 그렇다. 다만 이 시를 읽고 있는 지금이 봄이라서, 시인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속살을 밀고 일어서"는 새싹들을 기웃거리는 "하루가 즐거워" 나도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치고 싶다. 괜히가 아니라 꼭 그러고 싶다. 봄비가 내리면 "어린 나무"처럼 내 발목에도 "한 뼘" 가득 '물관이 돌아 나갈' 것만 같아서 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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