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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Real Estate] 꼬마빌딩 경매 열풍 현장 가보니…용산 물건 나오자 응찰자 70명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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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으로 몰렸던 뭉칫돈이 꼬마빌딩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 꼬마빌딩 경매 한 건에 수십 명이 몰려드는가 하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급등하는 모습이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2월 13일까지 서울 업무상업시설 경매 낙찰가 상위 10개 물건 중 7건이 근린상가였다. 낙찰가율도 대부분 100%를 넘겨 고가 낙찰이 이뤄지는 중이다. 근린상가는 보통 3~4층 건물로 10억~100억원가량을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는 꼬마빌딩을 일컫는다.

매경이코노미

올 들어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꼬마빌딩 경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꼬마빌딩이 밀집한 서울 홍대 상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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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빌딩 경매 열기 얼마나

▷신림동 근린상가 80억원 넘어 낙찰

올 들어 낙찰가가 가장 높았던 물건은 지난 1월 30일 낙찰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토지면적 849.9㎡, 건물면적 2006.8㎡짜리 근린상가였다. 감정가 77억2160만원 물건이 82억83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이 107%에 달했다. 대로변 상가건물인 데다 신림뉴타운 1구역에 속해 개발가치가 컸다는 분석이다.

응찰자가 무려 70명을 넘는 물건도 있었다. 용산구 서계동 토지 74.7㎡, 건물면적 288.3㎡짜리 근린상가는 첫 경매에 부쳐진 신건이었지만 72명이 입찰했다. 낙찰가는 감정가(9억5697만원)의 149% 수준인 14억3000만원. 이번 서계동 경매는 지지옥션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근린상가 경매에서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렸다. 업무상업시설 전체로 봐도 역대 3위 기록이다. 이번보다 응찰자가 많았던 사례는 2016년 9월 낙찰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주상복합상가(99명), 지난해 8월 낙찰된 경기 파주시 와동동 운정2차동문아파트 상가(82명)뿐이다.

서계동 물건은 1983년 지어진 4층짜리 낡은 건물이었지만 서울역과 가깝고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포함돼 투자자 기대가 컸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서울역 인근 195만㎡를 5개 권역으로 나눠 재생하는 밑그림을 확정하고 2500억원가량을 투입해 주변 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한 양천구 신월동 근린상가 경매에도 응찰자 25명이 몰려 감정가(20억9959만원)의 103%인 21억6900만원에 낙찰됐다.

근린상가 경매 시장에는 낙찰가율 100%를 훌쩍 넘는 물건이 수두룩하다.

지난 1월 12일 첫 경매에서 낙찰된 성동구 하왕십리동 토지 446㎡, 건물면적 1346.6㎡ 근린상가는 낙찰가율이 130%나 됐다. 18명이 응찰해 감정가(41억7593만원)의 130% 수준인 54억1111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과 상왕십리역 사이에 위치한 데다 대로변 이면 건물이라 주변 유동인구가 많았던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서울 홍대 상권에 위치한 건물면적 328㎡, 대지면적 99㎡ 꼬마빌딩이 첫 경매에 나왔는데 19명이 응찰하면서 감정가(19억3000만원)의 147%인 28억315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처럼 고가 낙찰 사례가 이어지면서 지난 1월 근린상가를 포함한 업무상업시설 전체 낙찰가율은 76.9%로 역대 최고 기록(75.9%, 2006년 6월)을 갈아치웠다. 1월 근린상가 평균 응찰자 수는 15.3명으로 지난 한 해 월별 평균 응찰자 수(4.2명)보다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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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빌딩 경매 인기 비결

▷주택 규제 ‘풍선효과’…시세차익 기대

최근 꼬마빌딩 경매는 유찰이 거의 없을 정도로 물건이 귀하지만, 사실 근린상가 경매는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다. 대체로 수십억원대 고가 물건이 많아 투자 부담이 큰 데다 임차인, 권리금 문제로 명도 이전이 쉽지 않아 그동안 주택에 비해 경매 수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주택 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근린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입지만 좋으면 매달 꼬박꼬박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시세차익 기대가 큰 덕분에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또 서울 서초구 반포아크로리버파크 등 강남권 새 아파트 매매가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만큼 ‘차라리 이 돈으로 꼬마빌딩을 매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가가 들쭉날쭉한 근린상가 물건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가격이 확실히 공개된 경매 낙찰이 유리하다. 근린상가 경매 수요가 늘었지만 물량이 부족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근린상가는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 대신 임대수익으로 노후를 대비하려는 이들에게 인기다. 경매로 낙찰받은 근린상가는 권리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향후 입지가 좋은 서울, 수도권 근린상가, 중소형 꼬마빌딩은 계속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 분석도 눈길을 끈다.

▶경매할 때 이것만은

▷대출 부담 줄이고 노후 건물 피해야

근린상가 경매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도 많다. 엄연한 수익형 부동산인 만큼 금리가 오르고 공급 물량까지 늘어나면 임대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근린상가는 대출을 받아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해 사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향후 대출 부담이 커지면 기대한 만큼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재건축보다는 덜하지만 정부 규제도 만만찮다.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후속 조치에 따라 3월부터 부동산 임대업 여신심사를 할 때 임대소득 대비 이자비용을 토대로 산출하는 이자상환비율(RTI)을 도입한다. 근린상가 같은 비주택 물건은 RTI 150%가 적용돼 임대소득이 이자비용의 1.5배는 돼야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가 오르는 데다 대출받기도 만만치 않은 만큼 무리한 대출을 끼고 꼬마빌딩을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올 들어 낙찰가율이 치솟는 분위기라 머지않아 경매 시장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재호 사장은 “장사가 잘되지 않아 경매로 나온 꼬마빌딩 물건이 많은 만큼 지나치게 고가에 낙찰받는 것은 금물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으면 그만큼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는데 무리하게 첫 입찰에 참여하기보다는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저가 입찰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꼬마빌딩 경매에 앞서 건물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당장 리모델링을 하지 않는다면 내부 벽체 균열이 심하고 지하 누수가 있는 건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건물을 보수하는 데만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이 괜찮은지, 유동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주변 입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경매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꼬마빌딩 임대수익률은 지금도 4%를 넘기 어렵다. 경매에 나온 꼬마빌딩은 대부분 오래된 건물이 많아 유지·보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자기자본이 넉넉한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8호 (2018.03.07~2018.03.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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