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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팀장칼럼] 복마전 금융권 채용비리 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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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임원회의에서 조직에 만연한 인사청탁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최 원장은 인사·조직문화 혁신을 차질 없이 진행하라는 당부와 함께 “인사청탁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감원은 채용비리로 홍역을 앓았다. 담당 부원장보와 담당 국장은 구속됐다. 민간 출신인 최 원장에 거는 금감원 안팎의 기대는 컸다.

최 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인사·조직문화 혁신, 금융감독·검사제재 혁신,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등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완료했다. 1월 5개 시중은행의 22개 채용비리 의혹을 적발하고 검사 자료를 검찰에 넘긴데 이어 지난달에는 ‘새출발 결의대회’를 열고 “법규에 입각해 주어진 권한을 당당하고 과감하게 행사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랬던 최 원장 본인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그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지인의 연락을 받고 지인 아들의 취업 지원사실을 하나은행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즉각 단순연락과 채용비리는 다르다고 간단한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전달했다는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특히 좁은 취업문을 뚫으려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자괴감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사장에게 전화 한 통 넣을 수 없는 부모를 둔 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공식사과 한 마디 없는 금감원의 해명은 허탈하다. 한 취준생은 취업관련 인터넷 카페에 “누가 누굴 검사한다는 말이냐. 다 똑같은 XXX”이라는 글을 적었다. 궁금한 건 금감원 채용비리 검사 기준이 전부가 아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독기관이 피감기관에게 이런 요청을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범죄성립 여부를 떠나 금융당국의 권위는 이미 추락했다. 또 향후 하나은행이 자칫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사실을 밝힐 것인지 여부도 의문이다. 하나은행은 금감원에 의해 2016년 중 13건의 채용비리 의혹 사례가 이미 적발됐고, 두 차례 압수수색을 포함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그간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두고 금융당국과 날을 세웠던 하나금융지주 측에서 이런 상황을 유도한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어딘가에 더 ‘강한’ 자료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증거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최근 상황은 복마전이다.

사실 채용비리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이다. “대한민국 고관대작 중 인사청탁에서 깨끗한 사람이 어디있겠냐.” 전직 고위공무원의 말이다. 최 원장도 “(사장 재직 당시) 수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은행권의 경우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공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주인은 없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주인이 없다보니 최고경영자부터 감사, 사외이사 등 요직이 외부 입김에 취약하다. 정치권 실세와 친하다는 이유로 ‘금융 4대 천황’이라는 과도한 조어(造語)가 횡행하던 게 불과 몇 해 전의 일이다.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셀프연임’ 논란이 잠잠해지려고 하면 친(親)정부 인사가 하나 둘 나타나 요직을 채운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드러난 부분에 대한 수사 및 몇몇 임원에 대한 징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1~2년이 걸리더라도 금융기관 전체에 퍼져 있는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연구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권의 경우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신중한 논의와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금융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싶다”는 금융당국과 금융사 임직원들의 한탄이 이어지는 요즘이지만, 이참에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나서야 한다.

김문관 경제부 금융팀장(moooonkw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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