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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투자노트] 이벤트 드리븐 전략의 교과서, 셀트리온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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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언급한 것 같아서 되도록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셀트리온(068270)의 이번 코스피200 특례 편입 과정은 짚어볼 점이 많아 딱 한 번만 더 쓰고자 한다.

특례 편입을 이벤트로 잘 활용한 일부 외국계 헤지펀드는 고수익을 올린 반면 천편일률적인 기계적 매매에 그친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는 적지 않은 손실, 혹은 이익 실현 기회를 놓친 셈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이후 외국인은 셀트리온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셀트리온을 1조3023억원어치 매입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때 들어온 외국인 매수 규모 중 상당수는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전략을 구사하는 외국계 헤지펀드였다고 한다. 이벤트 드리븐 전략은 코스피200 특례 편입처럼 수급 요인이나 M&A, 파산, 합병 등 하나의 이벤트를 기반으로 매매하는 전략이다. 외국계 헤지펀드는 코스피200 편입 효과 하나만 노리고 셀트리온을 10만원대 중반 가격에 샀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외국인은 2월 들어서는 일제히 매도로 돌아섰다. 2월 1일부터 3월 9일까지 셀트리온 종목별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무려 2조588억원을 매도했다. 이 중 상당액은 테마섹 매도 물량(7000억원대)이고, 테마섹 물량을 빼고 보면 지난해 11월 이후 1월까지 매수했던 외국인 물량이 모두 팔렸다는 계산(매수, 매도 모두 1조3000억원대)이 가능하다. 외국인은 10만원대 중반에 사서 30만원대 중후반에 모두 매도한 셈이다.

반면 ‘대부분’ 기관의 패턴은 다소 아쉬웠다. 일단 특례 편입을 노리고 들어온 액티브 펀드의 매수 물량이 많지 않았다. 현장에선 “아무래도 고평가 논란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평가한다.

또 하나는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이다. 코스피200 특례편입으로 어쩔 수 없이 셀트리온을 사고팔아야 했던 이들은 한편에서는 너무 싸게 팔았고, 다른 쪽에서는 너무 비싸게 팔았다. 코스닥150 ETF와 관련된 투신은 25만~27만원대에 셀트리온을 팔았고,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의 투신은 30만원대 중반 가격에 셀트리온을 샀다.

조선비즈

최근 한달간 투자 주체별 매매 내역. 아래 빨간색 네모 안은 코스닥시장 상장폐지에 따른 ETF 매도 물량이고, 위 빨간색 네모 안은 코스피200 편입에 따른 투신 매수 물량이다. /증권사 HT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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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다”고 결과론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럴 의도로 쓰는 글도 아니다. 단지 좀 더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 스타 펀드가 보이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투자자문사 돌풍을 일으켰던 박건영 대표의 브레인자산운용이 이번에 셀트리온으로 큰 재미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표를 제외하고는 크게 주목받은 펀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우리나라는 이벤트 천국인 나라다. 하루하루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잘 활용하면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잘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주(12~17일) 이벤트로 추경을 꼽았다. 추경 이슈가 증시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추경 이슈가 불거질 경우 금리 인상 우려감이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14일 발표되는 고용지표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실업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한 만큼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벤트는 대북 리스크 완화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주 금요일(9일) 400포인트 넘게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오랜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1분기 기업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최고점 갱신을 노려볼 만 하다. ‘대북 이벤트’를 잘 활용해볼 시점이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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