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조건·방안 등 논란에 전문가들 “과거 합의된 사항…복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 일각 “바로 통 큰 합의할 수도”
정원식 국무총리(왼쪽)과 연형묵 북한 총리가 1992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6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을 담은 통지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1991년 노태우 정권의 비핵화 선언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만들어진 총 6개항의 공동선언 핵심은 1∼4항인데 △핵무기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치설비·사용 금지 △핵에너지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 △우라늄농축시설 보유 금지 △상호 합의 사찰 실시로 요약된다.
비핵화 공동선언이 대의명분만 앞세운 ‘구두선(口頭禪)’에 가깝다면 이후 13년 만에 나온 9·19 공동성명은 1, 2차 북핵위기를 겪은 후 국제사회가 지루한 협상을 거쳐 도출한 한반도 비핵화의 설계도라는 평가다. 가장 큰 성과는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핵확산금지 조약), IAEA(국제원자력기구)로 복귀한다는 북한의 약속이다. 그 대가로는 한반도 평화협상 개시, 미국의 북한 불침 및 북·미 간 신뢰 구축, 대북 경수로 건설 지원 등이 합의됐다.
공동성명의 액션플랜은 4년여 만인 2007년 2월 13일에야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즉 2·13합의로 이어졌다. 2·13합의 핵심 가치는 ‘원자로 불능조치=경유 지원’식의 비핵화를 위한 북한 행동에 따라 다른 나라 지원이 결정되는 구체적 이행계획이란 점이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손을 모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그 후 10여년 세월을 건너뛰어 다시 시작된 비핵화 논의는 이 같은 공동선언·성명·합의로 복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사단의 러·중·일 방문 이후) 6자회담으로 가면 2005년 9·19 공동성명 구도로 돌아가야 된다는 얘기가 되고, 그렇게 되면 이미 합의된 걸 이행만 하면 되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비핵화 내지는 평화협정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없는 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쓰겠다고 도로를 닦아놓고 그동안 쓰지 않았던 길을 다시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전례없는 파격적 행보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단계적 접근은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예비접촉·탐색대화는 물론 실무협의도 건너뛰고 이뤄졌듯 이번 비핵화 논의도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의한 단계별 교환이 아니라 단번에 통 큰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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