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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KT&G 16일 주총…'스튜어드십코드' vs '관치', 표대결 초미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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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주주 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제안, 이사회 진입 여부 주목

사추위 사장후보 공모절차 부적절 비판, 민영화된 '옛 공기업' 폐해 바로잡나

뉴스1

백복인 KT&G 사장/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신건웅 기자 = '셀프연임' 논란을 빚고 있는 백복인 KT&G 사장의 재선임 여부를 결정할 정기주주총회가 오는 16일 대전 케이티앤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다.

KT&G는 이번에 사장 선임 절차를 밟으면서 민영화된 옛 공기업의 폐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는 백 사장의 연임 여부 외에도 그에 비판적인 기업은행 측 추천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기업은행은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일컫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 따라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는 한편,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이사회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정부(55.8%)이기 때문에 이번 사외이사 증원 요청을 '관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기업은행이 사장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민간기업 인사불개입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기은 추천인사 이사회 진입하나 '관심'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번 KT&G의 정기주총에는 백복인 사장의 연임여부를 결정지을 사장선임의 건과 사외이사 증원 및 선임 건 등 6개 안건이 상정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Δ2017년 재무제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 승인의 건 Δ사장 선임의 건 Δ사내이사 선임의 건(1명) Δ사외이사 현원 증원 여부 결정의 건(현원 6명 유지 또는 8명 증원) Δ사외이사 선임의 건(6명 유지할 경우 보통결의에 따라 1명 선임, 8명으로 증원할 경우 3명 선임) Δ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 순차적으로 상정된다.

주총 최대 이슈는 단연 백 사장의 연임 여부지만 그의 연임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기업은행의 이사회 증원 안건이 받아들여질지도 주요 관심사다.

국민연금(9.09%)에 이어 KT&G의 2대 주주인 기업은행(6.93%)은 사장후보 선정 절차는 물론 경영평가, 감사 등의 경영 전반에서 사외이사들이 견제역할을 하기보다는 비호세력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은 이번에 사외이사를 현원 6명에서 8명으로 증원하는 안건을 상정해 줄 것을 주주제안으로 요청했다. 또 주총에서 증원 안건이 의결될 경우 '집중투표제'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도 함께 요청했다.

집중투표제란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의결권을 주당 1표씩만 부여할 경우 지분이 많은 대주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 KT&G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증원이 확정되면 4명의 사외이사 후보 중 3명을 새로 뽑아야 한다. 증원은 2명이지만 법무부 장관 출신인 최경원 사외이사가 연임에서 배제돼 한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증원 안건이 통과만 되면 기업은행 추천 인사 중 최소 1명 이상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셈이다. 집중투표제에 따라 한 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도 있기 때문에 투표 결과에 따라서는 기업은행 추천인사 2명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도 있다.

KT&G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백종수 전 부산검찰청 검사장(58)과 정선일 전 LG생명과학 글로벌 사업부문장(58)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맞서 기업은행은 오철호 숭실대 교수(59), 황덕희 법무법인 서울 구성원변호사(53)를 사외이사후보로 추천하고 표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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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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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추위 '셀프연임' 논란 자초, 일부 사외이사 부적절한 보수 수령 의혹

기업은행을 비롯해 현 KT&G 경영진에 비판적인 이들은 현 경영진과 가까운 인사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이사회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KT&G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가 상식 밖의 사장후보 공모절차를 진행하며 '셀프연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KT&G 사외이사이자 사추위는 Δ송업교(76) Δ최경원(71) Δ이준규(60) Δ윤해수(65) Δ이은경(54) Δ노준화(49) 등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는데 이들은 지난 1월 30일 사장 공모를 발표한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사장 공모 절차의 경우 공지 후 최소 5일 이상 서류를 접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에 비하면 KT&G의 이번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지원 자격도 전·현직 전무 이상으로 한정해 외부에는 아예 문을 닫는 폐쇄성을 보였다. 이 때문에 백복인 현 사장의 측근들에 의해 장악된 사추위가 백 사장을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모절차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6명의 사추위원 중 노준화 충남대 교수, 이은경 한국캘빈클라인 전무, 이준규 경희대 교수 등이 백복인 현 사장과 좀 더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그중 노준화 이사는 지난해 3월 중순부터 KT&G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며 5000여만원의 적지 않은 경비를 수령해 국립대학교인 충남대 교수 신분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충남대는 교육공무원의 겸직허가와 관련해 부적절한 보수를 수령했는지에 대해 들여다보기 위해 KT&G 측에 수당 등 상세 지급 내역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검찰 고발 건으로 사건 소명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지급된 비용 및 겸직허가의 적정성에 관한 판단을 유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노 이사는 현재 안식년 제도에 따라 1년간(2017년 8월~2018년 7월)의 여행기간을 두고 미국에 체류 중이다. 노 이사는 학교로부터 640만원의 여행경비도 지원 받았다.

충남대는 당사자에게도 소명을 요구했지만 노 이사는 미국에 체류 중인데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는 이유 등을 들며 학교 측에 경비 수령과 관련한 증빙과 설명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 최대 이슈는 단연 백복인 사장의 연임 여부이지만 기업은행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라며 "민영화된 옛 공기업의 폐해를 우선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은행의 주장에 주주들이 힘을 실어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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