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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광화문]유례 없는 일만 벌어지는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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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의 박람회, 방문객수 역대급'.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 42회 프랜차이즈 서울 창업박람회' 얘기다.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일부 프랜차이즈의 갑질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이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자들과 취업난에 처한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씁쓸하다. '레드오션', '갑질' 등 프랜차이즈의 어두운 면이 잇따라 부각됐지만 상당수 서민이 가맹점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 하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이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필수물품의 가격을 공개토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번 개정안은 '가맹점 보호', '물류 부문의 투명성 확보',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신뢰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자칫 시장경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원가를 직접적으로 공개하는 게 아니더라도 필수물품의 공급가 공개로 원가와 마진 정보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협회)는 개정안 대로라면 영업기밀이 모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헌법소원(위헌소송)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공정위의 시행령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한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박람회를 찾은 하템 자키 WFC(세계프랜차이즈협회) 사무총장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필수물품 공급가격 공개에 대해 "자율경쟁 체제에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가 던킨도너츠 가맹점주들의 구매협동조합 등을 모범 사례에 삼는 것에 대해서도 "전 세계에 260만개 가맹본부가 있고 비즈니스 모델이 다 다르다"며 "일부 사례만 볼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례를 참고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들며 프랜차이즈산업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자키 총장의 지적처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령을 만드는 것은 이율 배반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목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자율경쟁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해서는 안될 것이다.

협회도 헌법소원에 나서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공정위가 사실상의 원가 공개를 강행하는 이유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과 과도한 폭리 문제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갑질이 벌어진 것 역시 한국 프랜차이즈의 현주소다.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제너시스BBQ는 여전히 협회 회원사다. 협회는 지난해 10월 자정안을 마련해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BBQ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자정안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된다.

머니투데이



채원배 산업2부장 cw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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