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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개인숭배 막는 안전핀 다 뽑아내… "중난하이, 황궁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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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제 시대' 중국] 중국, 시진핑 1인 지배체제로

시 주석과 측근들이 국정 장악

밑바닥부터 검증받으며 성장하는 中 특유의 관료 시스템 무너질 듯

전문가들 "권력독주, 반드시 역풍"

일부선 "시장개혁 등 난제 수두룩… 당장은 1인 체제가 더 나을 수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1일 통과시킨 중국 새 헌법은 한마디로 '1인 지배체제의 부활'로 요약할 수 있다. 문화대혁명을 초래한 마오쩌둥식 권력 집중과 개인숭배를 막기 위해 도입한 모든 정치적 안전장치를 해제·폐기한 것이다.

중국은 마오쩌둥 사후인 1982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제를 도입, 10년 주기 권력 승계를 제도화했다. 이후 계파 간 권력 분점에 의한 집단지도체제, 당정 분리 원칙도 자리를 잡았다. 이를 주도한 덩샤오핑의 이름을 딴 '덩샤오핑 이론'은 그의 사후인 1999년에야 헌법에 지도사상으로 명기됐다. 살아 있는 권력의 '개인숭배'를 경계하는 그의 유훈 때문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개헌을 통해 이 모두를 뒤엎었다.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없애 장쩌민·후진타오 정권 20년을 거치며 정착된 권력 승계 전통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헌법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딴 '시진핑 신시대' 사상을 명시, 생전 자신의 이름을 헌법에 새긴 마오쩌둥의 전철을 따랐다. 헌법 1조에는 '공산당의 영도'를 명시해, 공산당 1당 독재에 누구도 반대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시 주석은 앞서 작년 19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7인 상무위원회와 25인 정치국 절대다수를 측근으로 채워 집단지도체제에 종지부를 찍었다. 권력의 집중도 면에서 '황제'로 불렸던 마오쩌둥을 능가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번 개헌으로 출범하게 될 초강력 사정기관 국가감찰위까지 등에 업으면, 중대한 과오를 범하지 않는 한 당초 임기(10년)가 끝나는 2023년을 넘어 장기 집권에 아무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벌써부터 "중난하이(中南海·시진핑 주석의 집무실이 있는 곳)가 황궁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리커창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행정부)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고, 시 주석이 조장(組長)으로 있는 각 분야별 당 중앙영도소조가 전면에 나서 국정을 이끌어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 주석과 소수의 측근 그룹이 국정을 장악하면서, 국무원을 포함한 전문적 관료 집단의 무력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강력한 시진핑 1인 체제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직면한 각종 난제를 다루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특히 시 주석이 부패 척결과 시장 개혁, 사회 각 분야 비효율 개선에 집중한다면 업적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권력 구조는 필연적으로 전횡으로 흘러, 정치·사회적 혼란을 부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중국 특유의 관료 발탁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수십년간 실적을 검증 받으며 지도자로 커가는 구조가 자기 사람들만 주변에 앉히는 시진핑식 인사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예스맨들'에게 둘러싸인 시 주석이 정책상의 중대한 착오나 오판을 할 경우 누구도 바로잡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이번 개헌 과정에서 적잖은 반대 여론이 터져 나온 것도 불안 요소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교수는 "개헌안을 대놓고 반대하는 지식인도 없지만 적극 찬성하고 나서는 지식인도 없다는 걸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화대혁명의 트라우마가 선명한 중국 사회에서 권력 독주는 반드시 역풍을 부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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