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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점심시간 인적 끊긴 식당가… '임대·매매' 현수막만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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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에 빠진 군산 르포 / 공장 폐쇄 땐 1만2000명 실직 / 씀씀이 확 줄어 지역경제 위축 / 소룡동 원룸 공실률 90% 달해 / 번화가 점포도 반년째 ‘폐업 중’

지난 9일 정오쯤 서해안 고속도로 군산나들목(IC)를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서는 도로변에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피눈물로 지켜온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철회하라’ ‘우리 가족 생명의 터전 한국GM 군산공장을 지켜내자’ 등 군산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들이었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인 한국GM 군산공장 주변은 평일 낮인데도 적막했다. 지난달 8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공장 정문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공장에서 서쪽으로 약 3㎞쯤 떨어진 오식도동 식당가는 점심 시간인데도 손님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거리는 문을 연 음식점보다 ‘임대·매매’ 현수막을 내건 점포가 훨씬 많았다. 폐업한 상점도 즐비했다.

세계일보

지난 9일 군산시 수송동 한 커피전문점 창문에 쓰여진 ‘임대’ 안내문을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이 커피전문점은 6개월 전에 폐업했다.


한 식당 주인은 “보다시피 손님이 한 명도 없다. 한국GM 공장이 철수하면 주변 동네는 폐허처럼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군산공장과 협력업체들이 몰린 소룡동에는 빈 원룸이 속출하고 있다. 공실률이 90라고 한다.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경매로 넘어간 원룸이 급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수요가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5억원대 매매되던 집들이 3억원 밑으로 떨어져도 안 팔린다”고 했다.

‘군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송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당수 점포 유리창에는 붉은색으로 ‘매매’ 또는 ‘임대’라고 쓰여 있었다. 수송동 중심부에 위치한 유명 커피프랜차이즈인 C커피전문점은 폐업 6개월째다. 권리금이 없다고 홍보해도 새로운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앞날이 불확실하다보니 시민들의 씀씀이가 확 줄었다”며 “외식업을 중심으로 점포 매매와 임대가 쏟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수송동 롯데마트 뒤편에 자리 잡은 H고깃집은 올 들어 매출이 반 토막 났다. 바로 옆 J한식당은 5개월 전 점포를 내놨는데,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속을 끓이고 있다. J한식당 관계자는 “매출이 반 토막을 넘어 3분의 1로 줄었다. 금요일 오후인데도 거리에 사람이 없지 않냐”며 한적한 길가만 내다봤다.

세계일보

군산 경제의 두 축이었던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GM 군산공장마저 문을 닫게 되면서 군산지역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군산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 당시 근로자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GM 군산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실직 예상 규모는 1만2000여 명(협력업체 포함)에 달한다. 지역경제에서는 규모와 충격 면에서 조선소 폐쇄보다는 GM공장 폐쇄가 훨씬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낙담하는 분위기다. 한국GM 공장이 있는 군산시는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정부도 군산시를 ‘고용위기·산업위기 특별지역’으로 지정해 행정·재정상의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도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치킨프랜차이즈 BBQ는 전북지역 예비 창업자 선착순 50명에게 총 3340만원(매장 전용면적 66㎡ 기준) 상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생 창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군산=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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