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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악마는 디테일에 … 4월 남북회담 비핵화 세부 내용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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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라이트 영국 채텀하우스 연구원

북·미 만남은 김정은엔 승리 뜻해

트럼프 곤경 빠지거나 빈손 위험

북, 군사옵션 우려해 대화 나선 듯

중앙일보

존 닐슨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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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상징적이고 중요한 ‘승리’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미 관료들의 준비와 논의는 부족했다. 북측에 의해 곤경에 빠지거나 빈손으로 돌아오는 위험을 막으려면 북·미 정상회담을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의 존 닐슨라이트(사진) 동아시아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김정은’ 회담 결정을 이렇게 진단했다.

닐슨라이트 연구원은 지난 7, 10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포기 조건은 북한의 안전과 김정은 정권의 존속 보장일 것”이라며 “주한미군과 함께 주일미군의 철수까지 최대한 요구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격을 고려하면 동맹국들이 긴장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의 규모나 배치 등이 다뤄질 수 있겠지만, 실제 철수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또 “4월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이 비핵화에 얼마나 진지한지를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열릴지는 4월 회담의 결과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문답.



Q :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배경은.



A : “자신을 괴롭히는 국내 문제들의 돌파구로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로선 전임자들과 달리 북한과의 진전을 이루는 결정적인 거래 성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적인 대처는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승리했다고 주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Q : 김정은의 파격 제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A : “동시에 여러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우선 미국의 선제 군사적 행동을 늦추는 것이다. 최근 북한에 다녀온 러시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 관리들은 트럼프가 군사력 사용을 심각하게 숙고한다고 우려했다. 평창올림픽 때 남측에 특사를 보내는 등 국내외적으로 평화 정착에 관심 있는 건설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보강하려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안전과 정권 존속을 위한 협상에 나선 것이다.”




Q : 북핵 문제가 급물살을 타는데.



A : “트럼프는 북한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 북·미 회동은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폄하돼선 안 되지만, 악마는 4월에 이뤄질 합의의 세부 내용에 있을 것이다.”




Q : 북한 비핵화는 어떤 로드맵을 따라야 할까.



A : “전례가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이다. 당시 북·미 합의를 6자회담 참가국인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가 지지했다. 먼저 북한이 모든 실험을 동결하고 검증 가능한 사찰을 수용하며, 그 대가로 미국과 다른 참가국이 단계별로 ‘행동 대 행동’에 기반을 둔 양보를 하는 것이다. 추가 제재를 않겠다는 서약이 그 양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하는 방안이나 한국전쟁을 끝낼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회담도 담길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위원장이 합의한 것처럼 북방한계선(NLL) 등 민감한 지역의 갈등을 완화할 신뢰구축 조치와 이산가족 상봉 등도 포함될 수 있다.”




Q : 일부 야당에선 여전히 비판적인데.



A : “이전 정부와 달리 남북 정상회담이 임기 초에 열려 후속 회담도 가능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내의 보수적 여론을 방어하고 북한과의 돌파구를 여는 데 회의적인 젊은 층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엄격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철강 관세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한·미 간 경제 문제가 확대되면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한국 대중의 분노가 다른 문제까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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