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실패사로 본 교훈
김일성 핵동결 제안과 상황 비슷
8년 뒤 북 핵개발 드러나 합의 깨져
24년간 북·미 합의·파기만 5차례
“두 지도자 성격상 결렬 땐 상황 복잡”
“준비 없이 협상테이블 앉는 건 위험”
미 언론, 북 시간끌기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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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간 북한과 미국은 합의와 파기를 반복했다. 사진은 1994년 6월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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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1994년 12월 27일 보도한 ‘94년 해외 10대 뉴스’ 기사의 일부다. 당시 기사엔 “1년 반 동안 지루한 공방전을 벌여온 북핵 협상이 10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극적으로 타결됨으로써 한반도 핵 위기가 고비를 넘겼다”고 돼 있다. 그러나 그 뒤로 24년이나 지났지만 북핵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악화일로였다.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됐지만 과거 북·미 대화의 실패사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우리는 결말이 매우 나쁜 영화의 최신 속편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다”며 이전 정부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미국 주요 언론에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비핵화 검증수단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독재자(김정은)에게 상을 줬다”(워싱턴포스트),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김정은과 협상테이블에 앉는 건 걱정스러운 일”(뉴욕타임스), “핵보유국 인정을 받겠다는 북한 목표가 변경됐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월스트리트저널)는 등 비판적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20여 년간 북·미 대화를 시간끌기용으로 이용해 왔다는 불신이 깊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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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주 전 노동당 비서가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와 94년 제네바 합의에 서명하는 모습. 북한은 지난달 기록영화를 내보내며 이 장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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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석은 카터 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북 핵공격을 하지 않고 경수로를 제공해주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IAEA의 영변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제안도 수락했다. 하지만 김일성이 94년 7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현재의 상황은 94년과 아주 유사하다. 김정은이 김일성의 패턴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고, 여기에 그에 못지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하고 있다”며 “양쪽 다 자기가 결정할 수 있다는 스타일이기에 최종 담판을 위한 좋은 장이기도 하지만 결렬됐을 때 수순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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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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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은 미국을 찾았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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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左), 김정은(右) |
오바마 정부 때인 2012년에도 2·29 합의(핵·미사일 도발 중단, 24만t 식량 지원)도 도출했지만 북한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와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런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북핵 전문가들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성공하려면 북한이 얼마만큼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김정은이 예전처럼 이런저런 조건을 달고 비핵화하겠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포기하고 군사적 행동으로 갈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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