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216호 … 국내 30마리
화천군서 분변 369개와 털 확보
“DMZ 없었다면 벌써 멸종 됐을 것”
![]() |
천연기념물 216호이자 멸종위기 1급인 사향노루. DMZ와 일부 산악지대에 극소수가 서식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남한 최북단에 위치해 지난 60여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이곳은 야생동물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지역에 멸종위기종 중에서도 가장 개체 수가 적은 사향노루의 서식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취재진은 황기영(44) 네이처원 소장의 안내를 받아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황 소장은 2012년부터 산양·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동물을 조사하는 현장 연구가로 활동해 왔다. 한 시간쯤 올라갔을까. 황 소장이 나뭇가지로 바닥의 눈과 낙엽을 치우자 콩알만 한 작은 분변들이 나타났다. 사향노루가 남긴 것이었다. “사향노루는 몸집이 고라니보다도 작기 때문에 분변도 5㎜ 정도로 조그맣죠. 얼마 되지 않은 분변에선 사향노루만의 독특한 냄새가 나요.”
![]() |
강원도 화천군 민통선 인근의 산에서 발견된 사향노루 분변. [국립생물자원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황 소장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매달 2주씩 현장조사원으로서 산속에 머물면서 사향노루 흔적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분변 369개와 털 등 시료를 확보했고, 덕분에 한정된 서식지에서 사는 사향노루의 숫자를 유전적으로 밝혀낼 수 있었다.
![]() |
수컷의 사향주머니 에서 만들어지는 사향은 고급 약재와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천연기념물 제216호이자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종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동물이다. 수컷의 생식기와 배꼽 사이에 있는 사향(麝香) 주머니에서 만들어지는 사향이 고급 약재와 향수의 원료로 쓰이면서 무분별한 밀렵의 대상이 됐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진한 향을 풍기는 사향이 멸종의 위기를 불러온 셈이다.
국내에서도 과거 전남 목포에서부터 백두산까지 전국에 분포했으나 밀렵 탓에 그 수가 급속도로 줄었다. 1960년대 이후로는 DMZ(비무장지대)와 일부 산악지대에 극소수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국내에는 30마리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국립생태원 최태영 책임연구원은 “사향노루는 DMZ가 없었다면 벌써 멸종이 됐을 만큼 국내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큰 동물 중 하나”라며 “서식이 확인된 지역을 대상으로 밀렵을 막고 사향노루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천=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