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사설] `北 구체적 행동` 촉구한 백악관, 북미정상회담 낙관은 금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월 북·미 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부터 북한과 미국이 불꽃 튀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행동을 보지 않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도 이날 노동신문 논평에서 "그 어떤 군사적 힘과 제재·봉쇄도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며 날을 세웠다. 북·미 정상이 실제 회담장에 마주 앉을 때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첩첩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변화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언급과 핵·미사일 실험 자제 약속 정도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미국의 요구와 접점을 찾으려면 논의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행히 남북과 북·미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2000년 연습한 전례가 있다. 그해 6월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그해 말까지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해 11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무산됐지만 당시 북·미 양측은 '적대관계 종식, 평화 체제 수립' 등을 담은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할 정도로 비핵화 조건에 대해 많은 논의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북·미 정상회담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재차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북한의 이중성과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조급성이다. 북한은 과거 수차례 비핵화 합의에서 챙길 것만 챙기고 도중에 합의를 파기한 전례가 있다. 한국, 북한, 미국은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방안으로 적대관계 종식, 경제제재 해제, 북·미 수교, 평화협정, 주한미군 문제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먼저 어떤 순서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인지, 또 그에 따른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풀어야 할 숙제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은 촉박한데 도처에 지뢰가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유리그릇 다루듯 하라"고 했다는데 말 그대로다. 성급한 기대를 앞세우기보다는 정부도, 국민도 냉철하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할 때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