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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강남·목동 재건축 단지 가보니] 거래 씨마르고 주민간 재건축 갈등도···"親文서 反文 됐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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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금가고 파이프 녹슬었는데

목동 주민만 피해 억울" 하소연

재초환 피한 반포1도 불안 여전

잠실 아시아선수촌 일부 주민

정부 상대로 법적대응도 검토

““은마아파트 전용 84㎡이 지난 1월 18억 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호가가 16억 초중반선으로 매도호가가 내렸습니다. 그래도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 대표)

“관리처분 인가가 빨리 나야 하는데 답답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되든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3주를 앞두고 지난 9일 돌아본 강남 대치동, 서초 반포동, 송파 잠실동, 양천 목동 등의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분위기는 ‘불안과 초조, 혼란, 그리고 허탈함을 넘어선 분노’로 정리된다.

‘급매 다수 보유’, ‘매물 많음’이라고 적힌 대치동 상가 중개업소의 전단에서 거래가 사라진 재건축 아파트 집주인들의 불안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시가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늦춘 반포주공 1단지에는 초조함이 가득했고,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 개시가 힘들어진 목동과 강남의 해당 단지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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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외벽에는 한결같이 ‘급매 다수 보유’ 전단이 내걸려 있었다. 대치동 S공인중개사 대표는 “매물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 없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영향인 것 같다”고 전했다.

대치동 쌍용아파트는 단지 입구에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 측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국토교통부의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추정액 발표 이후 집주인들 사이에서 재건축 추진 찬반 입장이 갈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월말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평균 부담금이 4억3,900만원이 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인근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 단지는 실거주자가 많다”며 “부담금 4억원에 등기비까지 더하면 현금 5억은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살던 집을 놔두고 재건축에 동의하겠냐”고 반문했다. 안형태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장은 “상당수 조합원들이 정부 예상액처럼 부담금이 나오면 재건축을 계속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부담금 영향은 최고 50층 재건축 통과로 인근 시세까지 견인했던 잠실주공 5단지 집값도 떨어뜨리고 있다. 전용76㎡(34평) 시세가 19억원에서 최근 18억원까지 떨어졌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잠실 T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주공5단지는 그동안 재건축 계획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던 곳이어서 호가가 가파르게 올랐으나 재건축 추진에 ‘빨간불’만 이어지는 분위기 탓에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떨어지자 정부에 대한 반발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주공5단지 주민 A씨(남·34)는 “재건축 규제 때문에 주변에서 ‘친문’에서 ‘반문’이 됐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초조해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시가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12월 이후로 늦추면서 이주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 반포 주공1단지의 한 주민은 “아파트가 낡아서 빨리 재건축이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재건축이 지지부진해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32평형 조합원들의 모임 ‘32권익모임’ 관계자는 “재건축이 늦어질수록 조합 운영비나 공사비 부담이 커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반포 주공1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불투명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반포동 B공인중개사 대표는 “구청도 눈치를 보느라 인가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러다가 관리처분인가가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오간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반포 재건축 단지 시세 역시 떨어지고 있다. 저층 단지로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경우 전용 72㎡의 호가가 한 달 전만 해도 19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억원 넘게 내려 17억원 대에 매물이 나왔다. 반포동 K공인중개사 대표는 “인근 새 아파트 가격이 강세라 재건축 단지 가격 역시 크게 떨어지진 않을 거라 예상되지만 약 한 달 전부터 상승세가 확연히 둔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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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을 비롯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 사업 진행이 어려워진 단지 주민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었다. 이재식 목동 1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안전진단 평가 항목에서 구조안정성 비율을 50%까지 올렸다는 건 사실상 건물이 100년 이상 돼도 재건축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외벽엔 금이 가고 파이프는 녹슬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집값을 잡겠다’며 무작정 재건축 안전기준을 높이면서 목동 주민들만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 1~14단지 모두 30년이 넘어 재건축이 필요한데,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정부에서 무작정 규제책만 내놓다 보니 재건축 실수요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목동과 달리 지하 주차장까지 있는 잠실의 30년 넘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한결같이 “재건축은 물 건너 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주민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주민 B씨(남·42)는 “일부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손구민 심우일 양지윤 오지현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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