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거주 꺼려 가격 낮춰야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서울시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시기를 잇따라 늦추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전세역전이 이뤄지고 있다. 세입자는 이주 전이라도 빨리 떠나는 게 유리하지만, 이 경우 집주인은 보증금 상환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방배13구역(2911가구)와 한신4지구(2898가구), 신반포3차ㆍ경남(2673가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2120가구)의 이주 시기를 조정했다.
특히 반포주공1단지의 이주 시기는 조합이 원했던 때보다 5개월 늦어진 12월 이후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서초구 대단지 재건축 단지는 신반포3차ㆍ경남을 시작으로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 한신4지구 순으로 이주를 한다.
반포주공1단지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보통 이주부터 착공까지 약 1년 가량이 소요되는데 다른 재건축 사업 진행 단계와 달리 이 기간은 단축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주가 늦어지면 그만큼 조합운영비와 금융비용 등이 커진다.
또 노후 재건축 단지는 대부분 실거주 비율이 낮다. 업계에선 약 30~40%만을 실거주로 추정한다. 재건축 단지 전세입자들은 학군이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싼 곳을 찾은 이들이다. 재건축 이주가 진행돼도 인근에 머무르려는 성향이 강하다. 다른 단지보다 이주가 늦어지면 앞서 움직인 이들에게 괜찮은 전세물량을 빼앗길 수 있다.
반면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입자가 이주 때까지 거주하는게 좋다. 이주 시기에 앞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전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 목돈 마련이 어려워서다. 더군다나 강화된 대출 규제로 전세보증금 상환을 위해 이주비 대출을 받는 것도 까다로워졌다. 기존에는 LTV(담보인정비율) 60%까지 이주비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난해 8ㆍ2부동산 대책으로 한도는 40%로 줄었다. 이 정도로는 강남권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반포주공1단지 조합 관계자는 “전세 만기된 조합원들의 압박이 심하다”며 “공동시행방식인 만큼 시공사와 협의해 이주비 조달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이주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도 남의 일로만 볼 순 없다. 이주 시기가 불확실해질수록 전세입자가 들어오길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뜩이나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최근 상황에서 집주인을 더 난처하게 할 수 있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입주까지 1년가량 남은 단지는 일반적인 전세기간인 2년보다 짧아 세입자가 꺼려한다”며 “더 싸게 전세를 내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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