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이라는 ‘경제 문제’를 일자리라는 ‘정치 논리’로 풀어보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조의 이같은 행보가 결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오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대정부 기자회견을 열고 ▷군산공장 폐쇄 철회 ▷한국GM 경영실사에 노조 참여 ▷GM 특별세무조사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 적폐인 한국GM의 비정상적 경영 실태를 바로잡고 노동자들의 고용생존권을 지켜내 ‘일자리 정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곧바로 산업은행과 국회, 국세청, 미국 대사관 앞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도 시작했다.
노조는 “우리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주인없는 회사’인 금호타이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관제탑 고공농성을 시작한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5일 “현재 고공농성장으로 광주지역 수많은 정치인들이 방문하면서 해외매각을 철회시키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뒤에 버티고 있음을 내세웠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매각 반대’ 1만명 서명 운동을 시작했고, 오는 9일과 15일엔 각각 부분파업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달 말에는 청와대 앞 촛불집회와 산업은행 규탄집회 등 상경투쟁도 계획중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과 정부는 난감하다.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정부와 정치권으로 향하는 혼탁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 모두 노사 교섭이 매우 시급한 ‘골든 타임’을 보내고 있다. GM의 신차 배정 시한과 금호타이어의 채권 만기 연장 시한이 모두 3월이다.
한국GM은 신차 배정을 받기 위해 노조의 임금 양보를 필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금호타이어 역시 법정관리를 피하고 다른 주인을 찾기 위해 노조의 임금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관계자들이 ‘대(對) 정부(산업은행·국세청·국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공장폐쇄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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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지역의 일자리 문제라는 게 작용하고있다”며 “주주들이 따로 있는 민간 기업의 문제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노조가 정부를 압박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이번에 엄중히 대처하지 않고 사실상 세금으로 노조 월급을 주는 상황이 되어버리면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도 했다.
비단 두 회사 노조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전체 노동자들의 10%에 불과한 노조의 사실상의 ‘갑질’을 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노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1980~1990년대 노동자들 권리가 약했던 시절의 노조와 지금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노조가 비정규직 등 권리가 더 약한 노동자들을 위해서 뭘 해왔나”고 반문하면서 “기업 경영의 문제는 경제 논리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이래라 저래라 해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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