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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3000억원과 맞바꾼 눈물의 금호타이어 고용보장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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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매각價 9550억→6463억…채권단 당장 회수액 '0'

고용보장 1년 늘리고 5년간 먹튀 막을 차단벽 설치

뉴스1

조삼수 전국 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왼쪽)이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고공농성장 앞에서 열린 '해외 매각 저지와 생존권 사수 기자회견'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 2018.3.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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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병수 기자 =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차례 실패한 중국 더블스타를 다시 선택했다. 지난해 협상 때보다 표면적인 매각 조건은 더 나빠졌다. 죽었던 거래를 채권단이 살려내면서 전반적으로 좋을 리 없는 거래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신주 발행으로 신규 자금이 들어온다. 채권단도 최소 4~5년간은 금호타이어에 더 발목이 잡혀야 한다.

형편없는 경쟁력과 재무구조, 노동조합에 대한 우려 등으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현실 인식과 절박함이 결국 더블스타와 굴욕적인 재협상에 이르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고용보장 1년과 3000억원 가량을 맞바꾼 꼴이다. 국내 인력이 5038명인 점을 고려하면 1년 고용을 더 유지하는 데 들어간 돈이 1인당 약 6000만원이라는 얘기다.

◇ 1년 만에 표면적인 금액 3087억 적어

지난 2일 산업은행은 중국 더블스타로부터 6463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월 16일 금호타이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가 그해 3월 13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시한 인수금액은 9550억원. 당시 더블스타가 인수하기로 한 지분은 42.01%(6636만8844주), 이번엔 45%에 해당하는 주식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확보한다.

금액의 차이도 있지만, 지난해와 가장 큰 차이는 신주 인수(제3자 유상증자) 방식이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구주 매각 방식으로 채권단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금액이었다면, 이번엔 금액은 적어졌지만 비슷한 지분을 확보하면서 더블스타가 뉴머니(New Money)를 투입한다.

이런 표면적인 조건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안은 많다. 당시는 물론 이번에 공개된 조건도 협상 중인 모든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계약 체결 후 가격 협상은 이어졌고, 그때마다 가격은 계속 내려갔다.

박삼구 전 회장이 우선 매수권을 가지고 있었고, 결정적으로는 금호 상표권 사용 문제도 있었다. 게다가 경영권 인수 협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우발채무 보전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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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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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지난해 3월에 체결한 본계약 당시 표면적인 인수 금액 9550억원이 9월엔 8000억원까지 내려갔다. 상표권 차액 보전금액이 2700억원에 달했다. 더블스타가 거래 후 발생할 우발채무 손해배상 한도도 전체 금액의 16.2%인 1550억원을 모두 요구하면서 채권단이 실제로 손에 쥘 금액은 3750억원까지 내려가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공개된 자료에선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더블스타의 신규 투입자금 2000억원도 결국 국내 채권단이 대출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본적으로 대출자금은 언젠가는 회수될 돈이기는 하지만 더블스타의 액면 투입자금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또한 상표권 차액 보전 문제는 박삼구 전 회장의 퇴출로 해결됐다고 치더라도, 우발채무 손해배상 한도를 지난해 계약에 준해 16%를 적용하면 이것도 1000억원이다.

이로써 채권단이 당장 손에 쥘 돈은 없다. 신주 발행 방식인 데다 채권단이 대략 4년 정도는 2대 주주로 남아 있는 구조여서 이후의 경영상황이 어떻냐에 따라 회수액은 가변적일 수밖에 없게 됐다. 경영 상황이 나아진다면 그나마 얼마라도 건지겠지만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 채권단 지분은 휴지나 다름없다.

◇ 지난해보다 1년 늘린 고용보장 3년

정치권과 지역 경제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고용 보장 문제에서는 일부 진전이 있었다. 지난해 협상에서 더블스타는 2년 고용보장을 제시했고 채권단은 5년 고용보장을 요구했었다. 이번 협상에선 3년 고용보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일명 먹튀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는 최소 5년으로 설정됐다. 매매계약 체결 후 더블스타 지분은 3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남은 채권단 지분은 4년 이후 매년 50%씩 팔 수 있도록 해 최소 5년간은 금호타이어 지분을 보유하도록 했다.

4년 후부터 채권단이 일부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더블스타는 5년 경과 또는 채권단의 엑시트(Exit)까지는 최대주주를 유지하도록 해, 대략 5년 이전에는 더블스타가 팔고 떠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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