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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생산성 낮은 곳에 일자리 없다”…한국GM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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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성 대비 고임금과 노동경직성이 위기 자초

- 스페인 자동차산업 눈여겨봐야

- 스페인, 노동경직성 완화→공장폐쇄 철회→정부지원으로 위기 타파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당신이 여러 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경영진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고임금에 노동시장이 경직된 공장을 돌릴지, 경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장을 돌릴지. 답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자동차업계 관계자)

최근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등 국내 제조기업들의 노사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눈앞의 임금상승과 일자리 안정에만 집착한 노조가 결국 장기적으로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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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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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사업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임금수준을 포함, 각국 생산시설의 매력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적의 장소에 물량을 배치한다. 기업과 자본주의의 속성인 셈이다.

만약 숙련된 노동력이 만들어내는 우수한 품질, 원활한 부품 조달 등 한국 자동차산업의 탄탄한 기반이 높은 임금과 노동 경직성을 상쇄할 수 있는 정도라면 한국 공장에 물량을 배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이번 한국GM사태에는 GM본사의 문제도 있지만 한국GM 공장의 높은 임금수준과 쉽게 양보하지 않는 노동 경직성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상황은 달라도 공통점만은 분명하다.

법정관리라는 최대 위기 앞에서도 노조가 뼈를 깎는 양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회사의 주인(채권단)이 정부(산업은행)인 터라 한 달여의 시간을 더 벌긴 했지만, 산업은행이 요구하고 있는 것 역시 노조의 더 큰 양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장 폐쇄 위기를 돌파했던 스페인 자동차산업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은 지난 2010년께부터 임금이 높고 노조가 강성인 서유럽을 중심으로 생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했었다.

GM의 산하 브랜드 오펠은 2010년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과 2014년 독일 보쿰 공장을 폐쇄했고, 포드 역시 2013~2014년 영국 사우스햄튼, 대그넘 프레스 공장, 벨기에 겡크 공장을 잇따라 폐쇄했다. 수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PSA 오네 공장 노조는 2013년 경영진의 공장폐쇄 계획이 실행될 것으로 보이자 파업으로 맞섰다. 넉달 간의 장기간 파업의 끝은 애초 예정보다 더 이른 공장 폐쇄였다.

그러나 스페인의 대처는 달랐다.

르노가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철수하고 인건비가 싼 동유럽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자 지방정부까지 가세해 임금동결과 초과근무수당을 양보하는 등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물론 바야돌리드 공장 노조 역시 처음에는 파업으로 대응했으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양보밖에 답이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르노 본사는 이에 공장 폐쇄 계획을 철회하고 2011년 말 ‘트위지’를, 2013년에는 시장규모가 큰 소형 SUV ‘캡처(한국명 QM3)’를 맡겼다. 이후 생산이 늘자 이듬해 협력사를 포함해 170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여기에 2012년 통과된 스페인의 개정 노동법은 기업이 근로시간 변경 및 작업장 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고, 해고비용을 줄여 인력조정을 용이하게 해 노동유연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임금과 고용의 안정성을 조금 양보하고 노동유연성을 높이자 고용이 증가하는 성과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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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르노삼성 국내 사업장 사례도 있다.

민주노총 등 특정 산별노조에 속하지 않은 르노삼성 노조는 2015년 이후 3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하며 생산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 기업들이 노조에 끌려다니다 보니 불경기에 대응할 능력이 사라져버렸다”며 “특히 자동차산업은 라인 하나를 막으면 생산 플로우가 다 멈출 정도로 노조가 강력해 노동유연성이 가장 부족한 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가 먼저 겪어서 그렇지 다른 제조업들도 서서히 문제가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정부가 세금을 집어넣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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