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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밀착카메라] 유산? 흉물?…재건축 '한 동 남기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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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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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가 문화유산일까요? 서울시가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 대해서 아파트 건물 한 동씩을 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부터 시작된 논란입니다. 주민들과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한강변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 단지.

고층 재건축이 결정된 잠실 5단지입니다.

조만간 이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면 현재 있는 아파트들은 허물고 5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로 다시 짓게 됩니다.

하지만 화면 왼쪽에 보이는 523동의 일부를 남기라는 게 서울시의 조건입니다.

서울시의 일명 '흔적 남기기'입니다.

최초로 도입된 중앙난방 등 역사적 의미가 있으니 건물 한 동을 보존하라는 것입니다.

잠실주공 5단지 외에도 개포 1, 4단지와 구반포 등 총 네 곳의 재건축단지가 해당되는데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조합 관계자 : 주민 입장에서는 그건 뭐 하러, 옛날 걸 허물지 40년 되면 허무는걸 왜 보존하려고 그럽니까? 안 그래요? 누가 받아주겠습니까?]

15층짜리 건물을 4층까지 남기고 나머지는 철거한 뒤에 집 내부구조는 2, 3곳만 남기고요.

나머지는 주민 공용시설로 어떻게 사용할지 직접 결정하라는 입장입니다.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동으로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만 늘어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콘크리트 아파트의 보존 가치를 두고서는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립니다.

[임동신/인근 주민 : 그 전에 뭐 사진이나 찍어놓은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기억) 될 수 있는 건데 굳이… 나중에 그게 혐오스럽지 않을까요.]

[이원우/인근 주민 : 낡아서 허무는 건데요. 굳이 보존가치가 있을까요?]

영화 배경으로 쓰이고 있는 회현 제2시민아파트나 동대문 아파트처럼 보존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도시의 역사를 남기지 않는 지금까지의 재개발이 오히려 문제라는 것입니다.

[김기호/서울시립대 명예교수 : (강남)동네가 최소한 30~60년 된 동네인데 역사를 드러낼 것들이 일순간에 없어지는 거죠. 근대화나 산업화를 설명하고 보여주는데 아파트만 한 실제적인 게 없습니다.]

실제 아파트가 헐리기 전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기억을 남기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자신이 살았던 아파트를 둘러보는 투어에는 이미 200명 가까이 다녀갔습니다.

[이성민/서울 개포동 : 모든 시작이 여기였다는 느낌이 되게 많아요. 저희 부모님한테도 첫 직장생활을 했던 곳, 뭐 첫아이를 낳았던 곳…]

주공아파트를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는 주민도 많다는 겁니다.

[김을덕/50년 거주자 : 그때 여기는 허허벌판이고 이거밖에 없었어. 처음엔 중앙난방이 되어서 불이 잘 들어오고 막 덥고 그랬어.]

보존 가치는 있을 수 있지만, 치안상의 문제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주민 : 건물 안전상 누가 책임질 거냐고, 굴뚝은 더 위험해요.]

하지만 서울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그 땅은 공원으로 기부채납 하겠다고 입안이 되어있는 땅이에요. 기부채납 부지 안은 서울시나 자치구 소유가 되는 거예요.]

실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재건축을 앞둔 조합들은 보존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잠실5단지의 경우 한강 변이 아닌 단지 중앙의 건물을 남기고 개포4단지는 벽체 일부만 남겨 도서관을 신축하겠다고 제안한 게 대표적입니다.

몰아치는 재개발 광풍에 도시의 역사를 남겨야 한다는 서울시 정책, 그 의미만큼이나 논란도 큽니다.

현장의 공감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만 일관한다면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턴기자 : 김민지)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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