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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금호타이어 ‘운명의 날’ 한 달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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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상환유예 결정 월말로 미뤄

노사 합의 자구안은 부실해 거부

법정관리 피했지만 해결까진 험난

“산은, 구조조정 원칙 흔들” 지적도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가 채무 상환 유예 결정을 이달 말로 미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한 달의 시간을 벌게 됐다.

지난달 28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실무자 회의를 열고 이와 같이 합의했다. 앞서 채권단은 1월 18일 금호타이어에 채권 1조3000억원의 상환을 올해 말까지로 유예해 주면서 2월 26일까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서(MOU)를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엔 반드시 노사가 합의한 자구계획서(자구안)가 담겨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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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사는 마감 시한을 이틀 넘긴 지난달 28일 오후에야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자구안이 미흡하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임금과 분규 관련 내용이 채권단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자구안이 부실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원칙대로라면 채권단은 기존 상환 유예를 철회하고 채권 회수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에 좀 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금호타이어 노조는 산은에 “해외 매각 추진 계획을 철회하라”면서 자구안 합의를 줄곧 거부해 왔다. 산업은행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해외 자본에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기업을 유지하려면 자구 노력 외에도 신규 자금이 필요한데, 돈을 댈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수를 추진했다 무산됐던 중국 더블스타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노조는 해외 매각이 이뤄지면 고용 승계가 어려워질 수 있단 이유로 “해외 매각보다는 차라리 법정관리가 낫다”면서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지난 1월26일 산은과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향후 해외 매각이 불가피할 시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지만 노조는 ‘협의’가 아닌 ‘합의’를 요구했다. ‘협의’는 설사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산은과 사측이 해외 매각을 추진할 수 있지만, ‘합의’는 노조가 동의해야만 해외 매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노사 협상에선 양측이 해외 매각은 ‘합의’에 따라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 경영진은 채권단을 이끌고 있는 산은의 승인 없이 노조와 이런 합의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은 측은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해외 매각을 노사의 합의에 따라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만일 산은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 해외 매각은 불발되고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처리 방안 결정을 한 달 미루면서 금호타이어는 한숨 돌리며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산은이 현 정부의 일자리 우선 정책에 맞추다 보니 기업 구조조정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한 시간 안에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을 내지 못했는데 기간을 연장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입김과 친노조 분위기 때문에 산은의 구조조정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량 실업을 피해야 한다는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보다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2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대현 수석부행장이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애란·윤정민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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