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두고 시장에서 사실상 붕괴 우려가 있는 아파트만 재건축이 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국토부가 내놓은 해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안전진단 강화로 모든 재건축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진설계 미반영 아파트로 구조적·기능적 결함이 있는 경우 구조안전성 평가만으로 재건축이 가능하고, 현재도 주차장 부족 등 주거환경 평가가 E등급(20점 이하)을 받는 경우 다른 평가 없이 재건축을 허용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에는 국토부 입맛대로 대부분 재건축을 억제할 거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에서는 현지조사 단계부터 한국시설안전공단 및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안전진단에 대한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인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국토부가 산하기관을 통해 애초에 재건축 자체를 틀어막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시장이 국토부를 불신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존에 국토부가 시장을 억제해 왔던 방식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인원 한남’이 단적인 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설 예정인 고급주택 나인원 한남은 지난해 12월 3.3㎡당 평균 분양가를 6360만원가량으로 책정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했으나 결국 퇴짜를 맞았다. 국토부 산하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보통은 일주일 안에 결정이 나는 분양보증 승인을 두달가량 미뤄 오다가 지난달 30일에서야 보증 발급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나인원 한남으로 인해 최고 분양가 기록이 경신될 경우 집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로 분양가 억제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분양보증 거절 과정에서 그 기준이나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심사 기준에서는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인원 한남의 시행사인 대신F&I는 이 기준에 따라 인근 ‘한남더힐’의 평균 시세인 6350만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기존 최고 분양가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3.3㎡당 4750만원을 넘길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심사 기준에 기존 최고 분양가를 넘어설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 말 그대로 임의규제인 것이다. 재건축도 분양가 억제와 마찬가지로 국토부가 산하기관을 통해 마음대로 주무를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히 이런 임의규제를 통한 시장 억제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들이다. 분양가 억제로 인해 시세와 격차가 커지면서 ‘로또 분양’을 노리는 투기 수요가 늘어났다. 특히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대출이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자산가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
재건축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강남권 주요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진단을 강화해 봐야 남아 있는 강북권 아파트 단지들이 규제의 칼날을 주로 맞게 된다. 이는 강남과 강북 간의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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