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뮤지컬계도 미투…'명성황후' 윤호진 "진심으로 사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성추문 논란' 휩싸여, 28일 신작 '웬즈데이' 발표회 무한 연기…윤 대표 "피해자·관객들에 면목없다"]

머니투데이

윤호진 에이콤인터네셔날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한 '뮤지컬 대부' 윤호진(70)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가 신작 제작발표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문화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는 의미로 성범죄 피해 사실 폭로 캠페인) 운동에서 자신의 이름이 가해자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24일 윤호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오는 28일 예정됐던 신작 뮤지컬 '웬즈데이' 제작발표회를 미룬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최근 공연계에 불미스러운 성폭력 사건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담함과 책임감은 느낀다"며 "피해를 당하신 분들과 불편함을 느끼시는 관객분들께도 진심으로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나 역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각며 내 이름이 거론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작 뮤지컬의 제작발표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새 연출작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뮤지컬로 공연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그는 "할머님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께 나의 개인적인 의혹으로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혹을 먼저 푸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했다"며 제작표회를 연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윤 대표는 "나의 행동으로 불쾌함을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다"며 "피해 신고센터나, 에이콤, 또는 주변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연락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윤 대표를 겨냥하는 성폭력 피해 폭로 글이 올라오면서 문단, 연극계에서 확산된 미투 운동이 뮤지컬계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윤 대표는 '명성황후'와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영웅' 등 굵직한 뮤지컬 작품을 연출한 이 분야 대부로 꼽히는 인물로 뮤지컬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윤 대표는 "50여 년 간 공연을 하면서 앞만 보고 오며 자부심에 취해 내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 든다"며 "기득권에 속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용기 있는 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운동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운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삼성오신(三省吾身, 하루에 세 번 반성)하겠다"며 "공연계 권력과 기득권의 성폭력 문제로 인해, 이 시간에도 땀 흘리고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순수한 열정에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윤 대표는 충남 당진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정밀기계학과 재학 당시 연극에 입문하게 됐다. 1977년 연출작 '아일랜드'가 성공하면서 연극 연출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84년 뉴욕대 대학원 공연학과 유학 시절 뮤지컬에 매료돼 1992년 뮤지컬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날을 설립했다.

배영윤 기자 young25@, 이경은 기자 kele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