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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Why] 마리화나로 시작해 코카인으로 졸업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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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 美, 마리화나 합법화 바람

세금 엄청 거둬들이지만 10대들 더 일찍 접하게 돼

성장기에 큰 기능장애 불러

조선일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마리화나 지지자. 뉴욕은 아니지만, 다리 건너 뉴저지에서는 올해 안에 마리화나가 합법화된다고 한다./한대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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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州)가 마리화나 합법 지역이 됐다. 엄청난 사건이다. 캘리포니아를 한 나라로 치면 GDP 기준으로 프랑스 다음가는 세계 11번째인 데다, 인구는 약 4000만명으로 이웃 나라 캐나다(약 3500만명)보다 많기 때문이다. 즐기기 위한 기호용 마리화나는 2012년 콜로라도에서 처음 합법화됐다. 그 후 오리건, 워싱턴, 알래스카, 네바다에 이어 미국의 가장 부유한 지역인 캘리포니아에서도 마리화나 판매가 허용된 것이다.

미국에서 1960년대를 겪은 나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고등학교 때 마리화나를 경험했다. 대통령도 조지 W 부시 이후로는 한 사람만 제외하고 다 한 번쯤 피웠다. 도널드 트럼프는 입에도 안 댔다. 형 프레드가 알코올중독으로 마흔셋 젊은 나이에 죽었다. 도널드는 자기 형을 너무 사랑했다.

마리화나가 허용되니 지하경제가 사라지고 사업가들이 투자하게 됐다. 세금을 엄청 거둬들인다. 콜로라도만 하더라도 2016년 10억달러 수입을 얻었다. 10년 후에 전국적으로 합법화되면 1320억달러를 세금으로 거둔다고 한다. 새로운 직업이 100만 개 이상 생겨나고 마약상이 없어지므로 형벌 제도와 교도소도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문제도 많다. 콜로라도의 실험은 더 많은 자동차 사고로 이어졌고 응급실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10대들이 더욱 자유롭게 일찍 마리화나를 피우게 돼 더 치명적이다. 깨끗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뇌에 THC라는 독성 화학물질이 투여되면 성장기에 큰 기능장애가 생긴다. 어른들은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가끔 피우며 스트레스를 풀고 한대수 음악을 들으면 양호하지만 10대 중독자들은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1960년대 록 음악을 논할 때 마리화나를 빼놓을 수 없다. 60년대 말은 포크와 록 음악의 르네상스였고 아직도 도어스, 지미 헨드릭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같은 대가들의 음악이 현재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록의 두 기둥인 비틀스와 밥 딜런도 마리화나 피우면서 음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비틀스가 1964년 뉴욕에 상륙했을 때 밥 딜런이 한 호텔에서 비틀스 멤버들에게 마리화나 피우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그리하여 비틀스는 여섯 번째 정규 앨범 'Rubber Soul' 이후로 사운드가 확 달라진다. 음악가의 심리를 자극해 감상자의 심리로 연결해주는 사이키델릭 판타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으로 미국은 얻을 것도 많지만 잃을 것도 많다. 술을 매일 마시는 사람을 알코올중독자라 한다면, 마리화나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피우는 사람은 'Pot Head'(풀 대가리)라 부른다. 원인 모를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고 편집증에 걸리기 쉽다. 맥주로 술을 시작한 사람이 스카치로 졸업한다면 마리화나도 코카인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것이 문제로다! "The biggest high is life itself(가장 진하게 취할 수 있는 건 인생 그 자체다)."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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