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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팝업리뷰]'라라', 음악 영화를 꿈꿨던 장황한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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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영화 '라라'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뛰어난 영상미와 OST가 반복의 굴레에서 빛을 바랜다.

최근의 한국의 주류 영화 시장에서 음악 영화를 찾아보기란 꽤나 힘든 일이 됐다. 근래 개봉한 음악 영화들은 대개 할리우드 영화들이 차지했으며, 간간히 등장한 ‘다시, 벚꽃’(2017) 등의 영화들 또한 극영화 형식이 아닌 다큐멘터리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라라’는 주류 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오랜만’에 음악이 주가 되는 영화로 기능한다. 여기에 최초의 한국 베트남 합작 영화라는 의미를 더했고, 산이와 정채연이 첫 스크린 주연으로 나섰다는 점도 ‘라라’가 여러모로 주목을 받기 충분하게 만들었다.

허나 막상 뚜껑을 연 ‘라라’는 앞서 열거한 의미들을 제대로 받쳐낼 수 있을까란 의심이 들게 만든다. 이야기의 구성은 매력적이다. 더 이상 히트곡을 만들어내지 못하던 작곡가 지필(산이 분)이 헤어진 여자친구 윤희(정채연 분)의 흔적과, SNS에서 우연히 듣게 된 피아노곡의 주인인 미(치푸 분)를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라라’는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게 보인다. 하지만 ‘라라’는 이 과정들을 그리며 인물들과 이들이 벌이는 서사에 집중하기보다 음악 자체에 더 집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야기 상황 속에 음악을 녹여내는 것이 아닌 음악 속에 이야기를 꿰맞춘 느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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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 스틸


여기에 인물들의 관계 또한 모호하게 그려진다. 자신이 끌리게 된 피아노곡의 주인이 미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녀를 현지 가이드로 만나게 된 지필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와 자신의 옛 연인 윤희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여기에 과거 베트남 전쟁 시절의 전생 서사가 끼어들다보니 미와 윤희의 관계는 다소 불명확해진다. 게다가 해당 관계를 설명하는 듯한 동일한 장면의 플래시백들이 여러 차례 반복되다보니 모호함이 가지는 매력조차도 반감된다. 여기에 동일한 음악의 반복까지 겹쳐지다보면 후반이 되어서는 지루함을 느끼게까지 만든다.

영화의 영상미와 각각의 OST는 뛰어나다. 하지만 동일한 영상의 반복과 틈 없이 플레이 되는 음악은, 아무리 아름다운 영상과 OST라도 관객의 피로도를 가중시킬 뿐이다. OST 자체도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가 주가 되지 않는다. 가사가 포함된 배경노래가 주가 된다. 그러다보니 ‘라라’는 음악 영화보다는 뮤직비디오에 가깝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또한 몇몇 장면들에서는 영화의 흐름을 깨트리는 오브제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김치’다. 전생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중, 베트남 여인으로 분한 정채연의 집에 한국군이 숨어든다. 이때 베트남 여인은 한국군에게 ‘김치’를 대접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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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 스틸


그럼에도 ‘라라’에서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한다. 바로 정채연이 남긴 뚜렷한 인상이다. 극 중에서 윤희와 베트남 전쟁 당시의 전생 여인 역을 연기한 정채연은 1인 2역을 소화하는 데에 있어 무리가 없다. 첫 스크린 데뷔이자 주연 자리가 부담스러울 만도 했을 법하지만 정채연은 탁월하게 자신의 매력을 드러낸다. 산이 또한 첫 연기 도전임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배역을 이끌며 자신의 몫을 다 한다. 하지만 몇몇 장면들에서 산이의 연기는 지필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닌 배우 산이 본연의 모습이 묻어나온다. 그렇지만 산이의 연기는 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에 만족할 만 하다.

베트남 배우 치푸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치푸의 연기를 보고 있다 보면 왜 그녀가 ‘베트남의 김태희’로 불리는 지 쉽게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영화는 치푸가 맡은 미라는 인물을 독자적인 서사로 끌어내기보다 그저 지필과 윤희의 이야기를 풀어낼 하나의 연결고리로 기능하게 만든다. 다소 아쉬움을 자아내게 하는 구석이다. 하지만 ‘라라’는 베트남에서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한국 베트남 합작 영화에 대한 기대심을 높여놨다는 것에서 충분히 그 의미를 가질 만하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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