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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아이디어 반짝 콘텐츠기업에 `든든한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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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진원·신보, 콘텐츠기업보증제도 성과

매일경제

가상현실을 적용한 영어학습 모바일 플랫폼 `잉글리시핀`. [사진 제공 =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샌프란시스코 호텔에 도착했는데 예약이 안 됐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영어학습 모바일 플랫폼 '잉글리시핀'은 여행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맞는 영어를 알려준다. 사용자는 360도 영상 촬영으로 구현된 공간에서 대화를 익히고 여행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가상현실에서 영어를 쉽게 익힐 수 있어 30·40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미국 서부지역인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호텔·식당·가게 등이 배경화면에 나오며 시애틀도 곧 오픈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2016년 설립된 스마트 교육 콘텐츠기업 아키핀(대표 지도현)의 첫 제품이다. 빠듯한 자금으로 개발하던 중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과 신용보증기금의 '콘텐츠기업보증제도'의 도움을 받아 숨통이 트였다. 이 제도는 콘텐츠기업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발급받게 해준다. 은행에서 별도 담보 없이 보증금액만큼의 여신이 가능하며 부실채권 발생 시 보증기관이 책임을 지게 된다.

그동안 독창성과 시장성이 있는 콘텐츠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무형'이라는 콘텐츠 특성상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금융권에서 재원을 조달하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국내 콘텐츠기업은 매출 10억원 미만, 종업원 10명 이하의 영세 및 중소업체가 전체 콘텐츠기업의 약 93%를 차지하며, 콘텐츠기업 수는 최근 5년간 감소 추세로 열악한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9월 콘텐츠기업보증제도를 시작해 게임, 방송,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문화콘텐츠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키핀을 비롯해 6개 기업이 혜택을 받았다.

박영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금융지원팀장은 "현재까지 70여 개 기업이 신청했다"며 "콘텐츠 제작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는 콘텐츠기업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영세·중소 콘텐츠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금융 지원을 통해 탄탄한 자기자본 확보가 관건이다. 2006년 문화산업진흥기금이 폐지된 후 정책금융 분야 융자 프로그램이 부재한 상황에서 콘텐츠기업보증제도는 콘텐츠기업에 12년 만에 내리는 '단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콘텐츠기업들은 원활한 자금조달과 안정적인 경영기반 구축을 통해 국내 콘텐츠산업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제작사가 투자배급사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경우, 시장에서 콘텐츠가 성공해 매출을 올려도 투자수익 분배 구조에 의해 제작사에 분배되는 수익금은 크지 않았다. 따라서 차기 작품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다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엔씨소프트 출신인 지도현 아키핀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라 매출이 없어 자금 유치가 어려웠지만 콘텐츠기업보증제도 덕분에 담보 없이 3억원을 대출받았다"며 "잉글리시핀의 가치를 인정받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여행 영어 외에도 비즈니스 영어 학습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콘텐츠기업보증제도는 콘텐츠 기획-제작-사업화 등 전 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맞춤형 융자지원제도다.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은 자금이 필요한 단계에 따라 융자 신청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콘텐츠제작기업은 투자지분을 높여 자본을 축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융자 프로그램 도입 및 활성화와 시중은행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콘텐츠기업보증제도와 더불어 '콘텐츠가치평가 서비스'를 구축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콘텐츠가치평가서비스는 담보와 재무제표가 부족한 중소·영세기업의 투자·융자 연계를 목적으로 무형자산인 콘텐츠의 사업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서비스다. 콘텐츠의 시장성이나 리스크 정보를 제공해 보증기관 및 투자·융자기관의 의사결정에 주요 판단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박영일 팀장은 "문화콘텐츠산업은 모바일의 5배, 반도체의 6배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 규모와 높은 경제적 파급 효과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시장"이라며 "이번 콘텐츠기업보증제도를 시작으로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우리 콘텐츠기업 육성을 위해 기금 조성 등 중장기적인 콘텐츠기업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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