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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N초점] "다음은 누구?"…연예계 덮친 '성추문'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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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연예계가 연이은 성추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익명과 실명으로 배우와 감독, 제작진을 가리지 않고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등을 행한 이들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연예계에서 상대적 '갑'이 약자에게 행한 성적, 언어적 폭력이 오랫동안 문화 속에 뿌리깊게 존재해 온 사실을 방증한다.

세계적인 '성범죄 폭로전'의 시발점이 된 인물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었다. '펄프픽션' '갱스 오브 뉴욕' '굿 윌 헌팅' 등의 유명 영화를 제작한 하비 웨인스타인은 지난해 10월 뉴욕 타임스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간 일삼아 온 성추행이 폭로되면서 할리우드에서 퇴출당했다.

이후 기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배우들이 그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백하면서 할리우드에서는 '타임즈 업(Times Up)'이라는 캠페인 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타임즈 업'은 미국 내 직장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결성됐다. 지난 1월 열린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타임즈 업'의 일환으로 모든 배우들이 검정색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을 걸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다 건너 할리우드에서와 같이, 한국 연예계에서도 최근 성범죄 관련 폭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미투(Metoo)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연극과 문학 등 문화계를 거쳐 연예계에서도 폭로전이 진행 중이다. 동성 감독을 성폭행해 유죄를 선고받은 '연애담' 이현주 감독의 사건이 피해자의 폭로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연예계 '미투 캠페인'의 마중물이 된 사건은 유명 연극 연출자인 이윤택 감독의 '성폭행 사건'이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10여년 전 이윤택 연출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과거 '오구' 지방 공연에서 이 연출이 숙소인 여관방에 불러 안마를 시키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연극 배우 김지현도 이 연출의 성폭행으로 임신과 낙태를 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결국 이 연출은 기자회견을 열어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며 성추행에 대해 사과했지만, 성폭행에 대해서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은 것"이라며 부인했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문' 화살은 그가 예술감독으로 재직한 연희단거리패로 쏟아졌다. 현재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유명 배우들 중 연희단거리패 출신으로 알려진 이들은 이 연출의 행태가 보여주는 연극계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묵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이들 중 일부는 성범죄 관련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윤택 연출의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지 며칠 지나지 않아 중견 배우 조민기도 충격적인 '성희롱 스캔들'에 휩싸였다. 교수로 재직 중인 청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공공연히 일삼았다는 것. 조민기는 그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들을 폭로가 이어지면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이에 조민기의 소속사 측은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며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에 상응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경찰조사를 성실히 받을 것이다"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윤택 연출과 조민기에 이어 최근 개봉한 영화 감독A 역시 지난해 영화 오디션 중 신인 여배우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을 폭로 당했다. A감독은 현재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 그는 당시 오디션에서 이 여배우에게 "여배우는 여자대 남자로서 자빠트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트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으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화의 제작사 대표는 22일 뉴스1에 "A감독의 성희롱 발언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작품 관련 모든 활동에서 제외시켰다"며 "(배우와 관객들에게) 할말이 없고 죄송한 것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유명인과 연예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갑작스럽게 덮친 '성추문' 태풍에 연예계 공기는 흉흉하기만 하다. 다음 폭로전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 연예계를 휩쓴 '성추문 태풍'이 뿌리깊은 약자를 향해 자행되는 폭력적인 문화를 바꿀 수 있기를 바라본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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