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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최근 폭로들, 내가 16세 때 당한 것 거울로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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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동참 김옥미씨 “후배 위해 용기”

중학 연극부서 조증윤 연출가에 당해

“이렇게까지 똑같은데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한 김옥미(26)씨가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가 10대 시절 겪은 피해를 공개하기로 결심한 건 최근 이윤택 연출가와 관련한 피해자들의 고백을 보면서다. 김씨는 중학생이던 16세 때, 방과 후 수업으로 연극부에 들어갔다 연극 연출가 조증윤(50) 극단 번작이 대표에게 성폭력을 당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처음에는 익명 게시판인 서울예대 대나무숲에 18일 글을 썼다. “몸을 주무르고 처음엔 발이었다가 종아리였다가 사타구니였다가…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문제인 걸 알면서도 문제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차 안에서 성폭행과 강간을 당한 사건도 공개했다. 이후 실명으로 된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한번 피해 사실을 알렸고, 조 대표에게 피해를 당한 세 명의 사연을 대신 업로드했다. 그는 “또 다른 피해자가 없게 하기 위해서, 미처 목소리 내지 못한 후배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썼다.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씨는 “최근 미투 운동, 특히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피해자들의 고백을 보면서 내가 당한 일을 거울로 다시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연극협회는 조 대표를 영구 제명했고, 경남지방경찰청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김씨는 “이건 내 개인적인 일이 아니고 구조적 문제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극단에 안 가거나 연극을 안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당시 피해를 당한 후 선배와 교사들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SOS를 치며 얘기를 했을 때도 피해가 정확히 뭐고 어떤 처벌을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준 사람은 없었다”며 “어른들 사이에 만연한, 뿌리 깊은 비틀린 윤리를 발견했다”고 했다.

미투 운동에 대해 그는 “엄청난 생각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수면으로 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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