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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아름다움은 약한 자들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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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장 바니에


우리 곁에 왔다 간 성자들이 간혹 있다. 마더 테레사가 그랬고, 가깝게는 이태석 신부가 그랬다.

여기에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이 있다. 장 바니에(90)다. 캐나다 출신 신학자이자 운동가인 그는 세계에 퍼져 있는 지적장애인 공동체 '라르슈'를 설립한 사람이다. 그에게 왜 어려운 사람을 돕느냐고 물으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약한 이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입니다."

그의 전기 '장 바니에-언제나 우리와 함께'(도서출판 톨)가 출간됐다. 1928년 태어난 장 바니에는 캐나다 총독의 아들이자 해군 장교였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 날 성경 말씀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따르라"는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구절이었다. 그는 혼자서 발달장애인들을 돕다가 1964년 장애인들에게 노아의 방주가 될 공동체 '라르슈(L'arche)'를 설립한다. 장 바니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라르슈는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 하지만 그는 한 명의 자원봉사자이자 공동체의 일원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저를 공동체 창시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이곳에 와서 정착한 사람일 뿐입니다."

전기는 장 바니에 전문가이자 공동체 생활을 경험한 안 소피 콩스탕이 저술했다. 평전은 백서처럼 꾸며져 있다. 그의 강연과 저술 인터뷰 중심이다.

장 바니에는 계획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매일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뜻대로 살고자 했을 뿐이었다.

"저의 매일 매일은 가난한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일하는 날입니다."

장 바니에는 가톨릭 신자지만 그가 창설한 라르슈는 종교적 장벽을 두지 않는다. 나이, 종교, 성별, 국가 등 어느 것에도 편견이나 차별을 두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라르슈가 에큐메니즘(교회일치)을 대표하는 공동체가 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현재까지도 침묵 속에 기도하고, 공동체를 위한 글을 쓰며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의 봉사철학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거리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에게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고 한마디를 툭 내뱉고는 제 갈 길을 가기보다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그들과 함께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세상을 정상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게 태어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 그는 위대한 성자였다.

[허연 문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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