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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영화 리뷰] 스필버그 신작 `더 포스트` 메릴 스트리프와 톰 행크스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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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더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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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페이퍼. 이것은 베트남전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의사 결정 기록지다. 1967년 이 나라 국방부 장관 로버트 맥나마라가 지시해 작성된 것으로, 보안 수준은 1급. 47권에 이르는 이 방대한 최고 기밀문서는 3000쪽에 이르는 설명과 4000쪽의 부속 문서로 구성돼 있다. 펜타곤 페이퍼는 굳게 봉인된 판도라의 상자였다. 봉인이 해제되는 순간 30여 년에 걸친 정부의 위선이 날 것 그대로 폭로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문서는 오랜 기간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해왔으며 이를 확대하려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명령의 주체는 대통령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더 포스트'는 이 판도라의 상자에 얽힌 이야기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 숨겨진 진실들을 캐내어 세상 바깥으로 드러낸 '워싱턴포스트'지의 분투기다. '뉴욕타임스'가 빙산의 일각을 더듬어 1971년 첫 특종을 터뜨렸다면 이들은 빙산 그 자체를 들어내 보였다.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치 미 이프 유 캔' '스파이 브릿지'를 잇는 이 또 한편의 실화극은 스필버그가 여전히 건재하며, 우리를 여전히 전율케 하는 거장임을 입증시킨다.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성, 낭비 없는 장면 연출, 최대치로 끌어올린 배우들 연기, 그 삼박자의 오케스트라로.

'더 포스트'는 자연히 토머스 매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2015)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언론계 이야기라는 공통분모를 빼면 다른 길을 걷는다. 가톨릭 집단 성추행 스캔들 취재에 전념하는 기자들 모습을 건조하게 지켜본 게 '스포트라이트'였다면, '더 포스트'는 두 남녀를 내세운다. '워싱턴 포스트'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리프)과 이 신문 편집장 밴 브래들리(톰 행크스)다.

이들 중 누구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로 읽힐 수 있다. 브래들리에게 집중한다면 우리는 권력의 감시견으로서 저널리즘의 가장 눈부신 한 순간을 목도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 최초의 여성 발행인 그레이엄에게 초점을 둔다면 페미니즘 서사로도 다가올 것이다. 그가 남성 중심 조직에서 직면하는 난관과 제약을 지켜봄으로써 '여성의 목소리'와 '여성 인권'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이 영화는 과장된 풍경이란 없다. 오로지 당대 미국 사회에 대한 충실한 재현만이 있을 뿐이다. 넓고 부산한 보도국, 윤전기를 타고 인쇄되는 무수한 신문들, 지금은 사라진 묵직한 타자기…. 스필버그는 시대의 질감을 오롯이 되살리고자 35m 필름 카메라를 썼는데, 혹여 당신이 눈앞의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시가 든다면 이는 필경 스필버그의 마법에 걸려든 것이다.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이다. 발행인 캐서린을 열연한 메릴 스트리프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28일 개봉.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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