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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MBN] 가족 간의 존중과 무시는 한 끗 차이다 `동치미` “여보, 나 무시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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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송된 <동치미>에서는 ‘여보, 나 무시하지 마’라는 주제로 부부, 고부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무시’와 그 반대말인 ‘존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의사로서의 내 배려는 환자의 병을 잘 낫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밝힌 피부과 의사 함익병과 “‘말 업보는 저승까지 간다’는 말을 믿고 말로써 상대를 꼭 존중하려 한다”는 가수 김상희의 경험담 등을 통해 ‘무시 끝에 존중’이 오는지, ‘존중 끝에 무시’가 오는지 그 해답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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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 강성진 씨는 나를 밥 먹듯이 무시한다” 방송인 이현영

“우리 남편은 행동이 빠른 건 아닌데, 눈치가 빠른 편이다. 그에 반해 나는 사람 말을 알아듣거나 상황 파악이 좀 둔한 편이다. 그래서 남편이랑 같이 다닐 때 누가 알아보고 다가오면 남편은 상황파악을 하고 대처하는데 나는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런 눈치 부분에서는 정말 너무 느리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 매번 말을 하다가 자기 딴엔 내가 답답한지 자꾸 톤도 올라가고, ‘차라리 저리 비켜있어’ 이러면서 무시하는 말투로 말을 한다.

얼마 전에는 남편이 속해있는 연예인 야구단에서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가는데 가족들도 동행이 가능했다. 사실 아이 셋, 특히나 13개월인 막내를 데리고 가려면 이유식, 분유, 젖병 등 짐이 한가득이다. 그리고 막내의 생활 리듬과 밥 먹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미리 파악하고 맞춰야 했다. 도착하고 바로 경기가 있어서 경기장에 남편들이 내리고 다른 가족들은 호텔로 데려다 준다고 남편이 알려줬다. 그런데 다른 사람 말은 또 다르더라. 그렇게 되면 막내 이유식을 따로 빼놓아야 해서 남편에게 물어보니 남편은 내가 말을 못 알아들은 줄 알고 조금씩 화가 나는 것 같았다. 내가 계속 ‘다른 사람한테 물어볼까?’라고 물었더니 ‘됐어. 넌 그냥 호텔 간다니까’라고 결국 언성이 높아졌다. 경기장에 모든 사람들이 내려서 도시락 먹고 가는 일정이긴 했는데, 그렇게 자기가 틀렸을 땐 또 그 일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아무 말도 안 한다.”

Talk ① 무시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한 아내

vs 아내·자식들한테 무시당하기 싫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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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강주은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23살에 바로 결혼을 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남편은 나보다 8살이 많아서 뭐든지 잘 안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뭐든지 자기가 정리를 많이 하려고 했다. ‘이건 오빠 말 들어. 주은이가 아직 몰라서 그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주은이가 생각하는 거나 논리적인 게 나보다 더 뛰어난데 오빠가 처음엔 너무 몰랐어’라고 미안한 속내를 드러낸다.”

-가수 김상희 “우리 남편이 날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음식을 고를 때다. 나는 ‘저 양반이 뭘 좋아하지?’라고 생각하면서 메뉴를 고르는데, 가끔 보면 남편은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만 확 골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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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변기수 “내가 아이들에게 훈육을 하면 아내는 ‘오빠가 뭘 안다고 그래’라며 나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내가 문자를 보내다가 아이의 말을 잘못 들으면 ‘아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지 뭐하는 거야?’라고 나에게 잔소리를 한다. 그리고 아내의 호칭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내가 무시당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연애 때는 아내가 ‘오빠~’라고 부르며 말투 끝을 내렸는데, 결혼 후에는 ‘오빠 네가!’라며 끝을 올린다. 이젠 정말 편한 친구 사이가 된 것 같다.”

-전 씨름선수 출신 대학교수 이만기 “아내는 내가 옷을 이상하게 입는다면서 나를 무시한다. 나는 편한 옷이 좋은데, 아내는 내가 촌스럽다면서 내가 산 옷은 못 입게 하고 본인이 산 옷을 입으라고 강요한다.”

Talk ② 배우자의 무시가 속상하다 vs 자식의 무시가 속상하다

-방송인 유인경 “아는 친구가 친정이 어렵게 살아서 남편이 틈틈이 무시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아내를 무시하니까 자식들도 엄마를 얕보는 것 같더라.”

-피부과 의사 함익병 “아내는 아이들 앞에서는 나를 무시하지 않다가 둘이 있을 때만 무시한다.”

-목사 장경동 “아내는 교인들 앞에서 내가 자신을 주저앉힌다며 섭섭해 한다. 내가 무심코 ‘당신은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하는 말에 무시 받는 기분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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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6대손 종부로 시집간 첫날, 친정으로 돌아가려 했다” 가수 김상희

“나는 종갓집 6대손 종부다. 처음 우리 남편과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양가에서 난리가 났었다. 사업가 집안이었던 우리 집에서는 귀한 딸이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을 간다고 하니 난리였고, 시댁에서는 국회의원이신 시아버지님이 ‘종갓집에 가수 며느리가 말이 되냐’며 난리였다. 결국 우리 남편이 양가에 ‘우리 둘이 결혼할 테니 어르신들은 오지 마세요’라고 선언했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다.

그런데 정말 종갓집 종부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결혼하고 인사 받으러 온 어르신들이 정말 너무 많았다. 일일이 다 절을 드리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절을 하다 쓰러질 정도였다. 그때 ‘나 우리 집 갈래’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그렇게 험난한 종부 생활이 시작됐다. 1년에 8번의 제사와 8남매의 친인척 행사를 챙기다 보면 매년 정신이 없었다. 종부는 상 차릴 때 직접 움직이지 않고, 상 옆에 서서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건 저쪽 자리에 가져다 놓으세요’라고 말하며 큰상을 차리게 하는데 난 그걸 보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외워야 했다. 시어머니는 내가 못해도 뭐라고 하지 않고 직접 몸으로 보여주시며 날 존중해주셨다. 그러다 보니 나도 시어머니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 매번 옆에 서서 머리를 굴려가며 가풍을 외웠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는 은근히 서열을 중시하면서도 며느리들을 존중해주며 이끌어 나가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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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③ 며느리한테 존중 받고 싶은 시어머니

vs 시어머니에게 존중 받고 싶은 며느리


-방송인 유인경 “우리 세대는 19세기 교육을 받고, 20세기 몸을 가지고, 21세기를 살고 있다. 결혼하면 며느리로서 당연히 명절에는 온종일 음식을 해야 했다. 시어머니가 ‘허리 굽히고 일해서 피곤할 텐데 좀 쉬어라. 이제 힘든데 굳이 일찍 올 필요 없다’라고 얘기하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명절에 남편이 시댁에 못가도 나 혼자 가고, 친정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피부과 의사 함익병 “신혼 초에 어머니가 우리 결혼을 반대해서 아내가 엄청 구박을 받고 무시를 받았다. 그 당시 내가 운전면허 시험에서 8번 떨어진 상태였고, 내 동생들도 면허가 없는데, 아내만 면허가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운전면허는 머리가 모자라는 사람한테 주는 것 같다’라고 말을 하셔서 아내가 속상해했다. 그리고 아내가 임신했을 때 누나가 설거지를 하려고 하는데 어머니께서 ‘일할 사람이 따로 있으니 나와라’라고 하셨다.”

-방송인 이현영 “나는 결혼하고 시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분가한 지 4~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전에 같이 살 때는 어머니가 아이들도 같이 봐주셔서 좋았지만 24시간 붙어있다 보니 서로 참 답답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져 있고 서로 각자의 시간을 가질 때가 있으니 도리어 편한 사이가 됐다. 요즘엔 애들 봐주시느라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우리 집에 와 계신다. 예전과 달리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게 많이 불편하진 않다.”

-가수 김상희 “나는 내가 결혼 반대를 당해봤다. 그래서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았기 때문에 아들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절대 반대는 하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냥 ‘우리 집이 어떤 집안이고, 호적에 금가는 건 절대 안된다’ 정도만 얘기했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기회를 줬고, 다시 오길래 결혼을 승낙했다. 그리고는 우리 큰며느리가 추석 전날 차례상 전을 부치다가 애를 낳았다. 당시 만삭 상태다 보니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자기가 부담스러웠는지 왔더라. 그러더니 ‘전은 제가 할까요?’라고 하는데 나도 시어머니라서 안 시킬 수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배 아프다고 하더니 병원 가서 애를 낳았다.”

▶“나에게는 억대 연봉의 팬이 있다” 코미디언 변기수

“무명시절에 나는 무시당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다. 어느 날은 내가 급하게 2만 원이 필요했는데, 그마저도 없어서 같이 개그를 준비하는 친구에게 2만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평소에 그 친구에게 나름 잘 해줬다고 생각했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말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지갑에서 2만 원을 꺼내면서 ‘내가 2만 원은 있는데, 이걸 주면 네가 열심히 안 살 것 같아서 나는 이걸 너한테 안 줄 거야’라고 말하면서 나를 무시했다. 그때 ‘사람이 이렇게 악할 수가 있나? 나는 절대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 그 사건 뒤에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살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방송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다 한 야구단의 원정 경기에 가게 되었는데, 한 무명 야구 선수가 나한테 수줍게 다가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저 <개그콘서트> 엄청난 팬이에요. 변기수 씨 엄청 좋아해요. 혹시 연락처 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연락처를 묻는 모습에 ‘너는 누구니?’라고 했더니 ‘저는 나중에 왼손 투수로 최고가 될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 후에 가끔 만나서 밥도 사주면서 챙겨줬다. 그 친구는 2017년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머쥔 기아의 주역이자, 2017년 한국 야구선수 MVP가 된 억대 연봉의 야구선수 양현종 선수다. 양 선수가 연봉 3000만 원도 안 됐을 때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그 친구에게 용기를 주고 존중해주었고, 양 선수도 이에 힘을 받고 열심히 운동해서 잘 된 것 같다. 최근에 내가 허리디스크 때문에 입원했었는데, 제일 먼저 병문안을 와서 아내를 집에 보내고 하루 동안 나를 간호해준 적도 있다. 이런 걸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을 존중하면 그런 존중들이 모두 합쳐져서 언젠가는 다시 나에게 좋은 영향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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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④ 남을 존중해줘야 나도 존중 받는다

vs 남을 존중하면 내가 더 무시당한다


-방송인 유인경 “길게 보면 내가 존중한 만큼 돌아온다. 나는 아주 가깝지 않으면 말을 안 놓는다. 10년 동안 같이 근무한 후배들한테도 존댓말을 한다. 아주 친하고 마음을 털어놔야 말을 놓을 수 있다. 그게 나는 배려고 존중인데, 어떤 사람은 거리를 둔다고 생각하더라.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은 각자 다른 것 같다. 그래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믿어주고 잘해주다 보면 어떨 때는 무시를 당하더라도 ‘저 사람은 잘해주면 안 되겠다’는 교훈이라도 얻지 않나? 무시당한다고 벽을 치고 살기보단 아낌없이 주면서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전 씨름선수 출신 대학교수 이만기 “내가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내가 본인들에게 당연히 잘해줘야 한다고 여기곤 한다. 나를 홍보 수단으로 쓰거나 돈을 빌려주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배신도 많이 당하고, 큰돈도 잃어봤다. 내가 힘들 때 25년 된 지인한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충분히 존중해줬다고 생각해서 나도 도움을 요청했는데 전혀 도와줄 생각을 안 하더라. 내가 아무리 존중을 해도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가수 김상희 “시어머니께서 ‘말 업보는 저승까지 간다’고 하신 적이 있다. 난 그래서 꼭 상대를 존중하는 말을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 말이 서운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한동안 연락을 안 한 후배가 대뜸 연락을 해와 ‘누나가 왜 날 혼냈는지 알겠어’라고 하더라. 그렇듯 상대를 존중하고 해준 말은 언젠가 느끼게 되어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자료제공 MB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17호 (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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