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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예술위 '성추행 의혹' 오태석 신작 공연 중단 절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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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긴급회의서 '창작산실' 사업 지원한 연극 중단 검토

지원한 제작 지원금 1억원 환수 위한 법리 검토도 의뢰

뉴스1

연출가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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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박정환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오태석 연출가(78)의 신작 연극 '모래시계' 공연 중단 절차에 착수한다.

오 연출가가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는 예술위의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사업에 선정돼 1억원의 제작 지원금을 받았고, 오는 3월13일부터 25일까지 예술위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예술위는 오는 23일 예술위원 긴급회의를 열어 오태석이 연출한 연극 모래시계의 중단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한다. 예술위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황현산 예술위원장을 비롯해 예술위원들이 모두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예술위원 회의에서 공연 중단 등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술위 내부에서는 위원회의 최종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성추행 논란'이 커진 현재 분위기에서 오태석 연출의 '모래시계'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뉴스1의 취재 결과 '연극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오 연출가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의 단원과 잇달아 불거진 '성추행 논란'에 관한 새벽 대책회의를 했으며, 이 단원을 통해 오 연출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와 접촉한 정황이 확인됐다.

연극인 A씨가 오 연출가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최근 폭로하자 오 연출가가 지난 16일 오전 극단 목화 단원 B씨와 만나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제공한 통화기록에 따르면 오 연출가를 만난 이후 B씨는 A씨와 16일 오후 12시 13분부터 35분까지 22분 동안 통화하면서 "새벽에 오태석 연출을 만나 회의했다"며 "(피해자가) 트라우마가 있다면 (오 연출가가)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A씨 통화기록에 나오는 번호는 연극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 B씨의 번호와 일치했다.

오 연출가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하고 자택과 극단 목화 연습실을 찾아갔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단원 B씨도 피해자와의 통화한 사실을 묻는 말에 처음엔 "전화한 적 없다"고 했다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예술위는 극단 목화의 예정된 공연 중단과는 별개로 이미 지원한 공연 제작비 지원금 1억원의 환수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예술위 다른 관계자는 "오태석의 연출이지만 공연 전체는 극단의 집단 창작물이어서 예술위 자문 변호사에게 법리 검토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23일 열리는 긴급회의에서는 이번 오태석 연출가의 공연뿐만 아니라 올해 지원 사업 선정 절차에 성폭력 등의 논란 항목을 반영하는 안건도 함께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1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 스튜디오에서 성추행 논란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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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화체육관광부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등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하는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 확산과 관련해 성폭력 연루자를 문화예술 분야 공공 지원과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 보직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체육계에 도입한 비리·성폭력 연루자를 협회에서 제명하는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문화예술계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 보직자 임용과 관련해 범죄 경력 조회를 넘어 성폭력 평판 조회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영열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문화예술 창작 자체는 정부가 간섭할 수 없으나, 공공기관의 지원이나 보직 임명 등은 다른 문제로 도덕성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며 "예술위 사업 등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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