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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조선판 햄릿 `여도` 단종의 비극에 상상력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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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세조실록’에는 ‘10월21일, 노산군이 자살을 하자 예로써 장례를 지내다’라고 적혀 있지만 <연려실기술>에는 ‘10월24일 노산군에게 사약을 내려 죽게 하였다. 그때 대신들이 노산을 처치하여 그에게 향한 백성의 마음을 단념시키자고 청하였는데 사관이 기록하기를 노산이 듣고 스스로 목매어 죽었다’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왜 ‘세조실록’에는 단종의 죽음을 10월21일이라 적은 것일까. 혹시 단종의 죽음을 미리 알았다는 것인가?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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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장소 한전아트센터

-기간 ~2018년 2월25일

-출연 단종 – 병헌, 이민혁, 이선 / 세조 – 박정학, 김정균 / 이성 – 송승현, 힘찬, 신민수 / 신숙주 – 안홍진, 김준 / 혜빈 정씨 – 공현주, 김사희, 이혜수

-티켓 VIP석 9만9000원, R석 8만8000원, S석 6만6000원

-시간 평일 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요일 2시, 6시(월요일 공연 없음)

조선 왕조 시대, 가장 비극적인 왕 단종. 어린 나이에 군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호랑이 같은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조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충신이라 불리는 사육신과 생육신 모두를 곁에 두었던 군주였다. 역사적으로 2번의 단종 복위 운동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는데 왜 단종은 왕권을 되찾으려 하지 않았을까? 또한 단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날짜가 왜 세조실록에는 다르게 표기된 것인가? 이런 의문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명품 추리 사극’이 화제다. 바로 연극 <여도>이다.

연극의 제목인 ‘여도’는 극중 주인공 창원군 이성의 호다. 극은 팩트와 픽션이 합쳐진 팩션이다. 세조의 아들인 창원군 이성을 중심으로 세조, 단종의 비극적 운명에 신숙주와 성삼문 등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결합,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인다.

이 극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아이돌과 기성 배우들의 활약이다. FT아일랜드의 송승현, B.A.P 힘찬이 단종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미치광이 행세를 하는 주역 이성 역할을 맡아 연기돌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단종은 블락비의 비범(이민혁)과 배우로 자리잡은 틴탑 출신 병헌이 맡아 어리지만 강단 있는 새로운 모습의 단종을 보여준다.

정통 배우들 역시 만만치 않다. 세조 역할은 연기파 박정학과 10년의 공백을 깨고 무대로 복귀하는 선 굵은 연기의 김정균이, 신숙주 역할은 드라마 <대조영><빛나라 은수>, 연극 <스페셜 라이어> 등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배우 안홍진이 맡아 ‘조금 다른 신숙주’를 보여준다. 정희왕후 역할에는 실력파 뮤지컬 배우 강효성과 무대는 물론 스크린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전국향이 맡고, 혜빈 정 씨 역할은 탤런트 공현주가 맡아 무대에서는 최초로 관객과 만난다.

장악원 뒤뜰에서 재인과 산책 중이던 이홍위(단종)는 혜빈 정 씨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단종 즉위 후 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은 측근 송현수의 딸을 왕비로 삼을 것을 청하고, 1454년 단종의 축하연회에서 수양대군은 혜빈을 강제로 범한다. 1457년 단종이 유배 길에 오른 후 자신이 단종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안 혜빈은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세조와 합침을 한다. 단종이 죽고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조와 혜빈 정 씨의 아들, 이성의 봉군식이 끝날 즈음 날아온 화살에 맞아 세조가 쓰러지고 이성은 화살에 적혀진 글귀 ‘홍위의 죽음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를 보고 이홍위가 선왕 단종임을 알게 된다. 이후 이성은 일부러 광증이 있는 것처럼 연기한다.

극은 과거 단종의 시점과 현재 세조의 시점을 오가며 단종 죽음의 실마리를 파헤친다. 모든 것이 불명확한 단종 죽음에 대한 진실을, 역사적으로 광증을 보인 세조의 아들 이성과 연결시켜 긴장감 있게 풀어간다. 또한 그동안 ‘폭군 세조’ ‘유약한 단종’의 이미지가 아닌 두 사람 모두 한 여인의 남자로,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그려낸다. 권력욕에 가득 찬 차갑고 표독스러운 ‘세조’, 나약한 어린 왕으로 숙부의 계략에 단명하는 ‘단종’이라는 단편화 된 틀에서 벗어나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강한 부정(父正)이 심도 있게 다룬다.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같은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의 구도다. 라이브 국악 연주와 실감나는 무술 장면도 또 하나의 생동감 넘치는 볼거리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여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17호 (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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