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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新견생열전` 능청 입양견과 초보 반려인의 좌충우돌 동상이몽] 열흘 붉은 꽃은 없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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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으면 꽤 사는 맛이 나오. 먹는 것도 좋아지고 낮에도 저이가 붙어 지내면서 불편한 건 없는지 수시로 살피는 덕이라오. 과연 저 지극정성이 얼마나 오래 갈지 의문이기는 해도 말이오. 작금의 상황은 내가 단시간에 지나치게 야윈 것이 발단이 되었소.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내게 불리하지는 않아 나로서도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치우고 이 달콤함을 한껏 누리기로 했지. 그런데 참으로 인생 아니 견생은 예측불허가 아니겠소.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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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이가 육지로, 외국으로 도는 동안 나는 호텔 신세를 져야 했소. 이 집에 오고서 처음 호텔링을 할 때는 저이나 나나 걱정이 많았소. 내가 본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럿이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때문이라오. 그래도 별 도리가 없어 두세 번 다녀 보니 못 있을 곳도 아니더구려. 귀찮게 구는 견생원도 없고, 집에선 맛볼 수 없는 간식도 나오고, 상냥한 간호사가 안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더란 말이지. 그래서 이번에도 기분 전환이나 해볼까 하며 가볍게 집을 나섰다오.

눈길을 헤치고 도착한 호텔은 건물 2층으로 이사를 갔습디다. 전에는 호텔이 병원과 같은 1층에 있었고, 나처럼 점잖고 아프지 않은 소형 견공은 더러 플로어를 돌아다니며 병원 일에 참견하고 견생원 맞이며 각양각색 사람 구경이 가능했거든. 그런 낙이 사라진 게 좀 아쉽기는 해도 2층이면 바다가 보이려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병원 문이 열리자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미용사가 달려 나와 나를 안고 2층으로 올라가는데, 아,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소. 미용실이 2층에 같이 올라온 게 아니겠소! 내 이 지면에서도 여러 번 밝힌 바 있지만, 미용이라면 딱 질색인 사람 아니 견공이 나요. 그런데 ‘호텔 옆 미용실’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인지. 하아.

절망에 절은 채로 이틀이 흘렀소. 그러다 내가 미용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자 서서히 편해집디다. 때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기분이 되어 미용실에 들어갈 때와는 180도 달라져 나오는 견생원을 보며 미용사의 솜씨에 감탄도 했소. 그렇지만 면도기며 가위며 드라이어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오. 이처럼 신경이 날카로워지니 몸무게가 500g이나 준 것도 일리가 있겠다 싶은데, 저이나 의사는 분리불안이니 스트레스 운운하며 실로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란 말이지.

물론 열흘은 긴 시간이고 외간이라 편치는 않았소. 그렇다고 내가 저이를 사무치게 그리워했다거나 다시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는 이유로 몰아붙이기엔 무리이지 않소? 불안이 1도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그 때문에 바짝 여윌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내, 분명히 하고 싶구먼. 흠흠.

어쨌든 좋더이다. 저이를 다시 만나니(눈물이 날 만큼) 반갑고 내 집으로 돌아오니(천국이 따로 없을 만큼) 편하고, 살을 찌운답시고 종종 먹을 것을 내오니 기쁜 데다가 응석을 다 받아주니 지난 열흘의 괴로움이 덜어지고 옅어지는 것도 같았소. 힘들지도 않았다면서 옅어질 괴로움이 뭐냐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뭘 그리 캐묻소 캐묻기를.

그렇게 꽃 같은 날들이 계속되자 어리석게도 나는 안일함에 너무 젖었던가 보오. 저이가 집을 비운 사이 이불과 요에 그만 실례를 해 버렸지 뭐요. 그날 저녁의 일은 상상에 맡기겠소. 화무십일홍이라고, 꽃 같은 시절은 너무나 짧고 영화는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을 내 또 한번 단단히 주지했다는 점만 말해 두지.

Tip 이불에 실례하는 반려견이라면?

반려견이 화장실이 아닌 다른 곳에 볼일을 본다면 영역 표시나 분리 불안, 스트레스, 훈련 부족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대개의 반려견은 자신의 공간을 깨끗이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으므로, 이불을 배변 장소와 구분시키는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된다. 이불 위에서 반려인과 편히 쉬기도 하고, 노즈워크 등 놀이를 하며 노는 공간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또 손쉽게 닿는 장소에 패드를 깔아 두고 볼일을 보지 않았어도 오물이나 먼지가 묻은 패드는 깨끗한 것으로 교체해주면 좋다.

[글과 사진 이경혜(프리랜서, 수리 맘)]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17호 (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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