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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블랙뤼미에르의 영화 뒤집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웃음과 이야기는 커지고 연기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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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명탐정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에 ‘한국판 셜록 홈즈’로 불리는 영화 <조선명탐정>. 2011년 1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어 2015년 2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까지, 당시 설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았던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올해 설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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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을 이끄는 힘은 온전히 캐릭터의 몫이다. 콧수염 기르고 머리 좋은 한량 김민(김명민)과 그의 조수이며 파트너인 한서필(오달수)이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가 8년이라는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비결 역시 이 두 캐릭터이다.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두 사람을 탄생시켰지만 이제는 두 사람의 존재로 인해 영화가 지속되는, 즉 ‘영화=캐릭터’라는 ‘시리즈물 존속’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찾은 셈이다. 이제는 두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웃음과 액션 장면을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한, 즉 고착해 상품화된 두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이야기로 영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김민-서필’ 콤비의 호흡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세지고 친밀해졌다. 쌓여온 세월만큼 눈빛만 봐도 통하는 둘은 서로를 서슴없이 막 대하면서도 가장 아낀다. 모두가 탐정 나리라며 알아 뫼시고, 스스로를 조선 제일의 명탐정이라고 치하하는 데에 일말의 망설임이 없는 김민(김명민). 조수 서필(오달수)은 그에게 거침없이 대거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강화도에서 멀쩡히 산 사람이 도깨비불에 타 죽는 일이 연거푸 벌어진다. 조정에서는 30년마다 열리는 달맞이 연회를 준비하느라 민심을 살필 겨를이 없다. 백성들은 도깨비의 소행이라며 동요한다. 이에 김민과 서필은 과학 수사를 외치며 단서를 찾아 나서는데, 둘이 가는 곳마다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것은 이름과 나이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건장한 장정도 거뜬히 제압하는 괴력을 소유자. 미녀라면 사족을 못 쓰는 김민은 여인에게 ‘월영(김지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동행을 제안한다. 그러나 서필은 월영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는 1, 2편과는 그 궤를 조금 달리한다. 1편은 공납 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2편은 경제를 뒤흔드는 불량 은괴 유통 사건의 배후를 뒤쫓았다면 이번에는 흡혈귀를 등장시켜 판타지의 세계를 두드린다. 물론 전체를 관통하는 힘은 웃음이다. 첫 장면부터 두 사람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서커스, 마술쇼의 유쾌한 컬래버레이션이 한바탕 벌어진다. 이어 흡혈귀를 막기 위해 강아지 소품인 깔대기, 정성껏 내린 누룽지차 등 ‘조선시대를 가장한 현대식 유머와 소품’이 등장한다. 김민은 더욱 능청스러워지고, 서필 역시 김민의 모든 것에 대한 리액션을 100% 해낸다. 가히 예능프로 섭외 1순위 게스트급이다. 월영 역의 김지원은 사극 데뷔인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와 딕션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선생, 파트너’를 만난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이 영화가 첫 번째로 올라가는 의미는 깊어 보인다.

3편 모두 ‘대중의 호응과 상업적 성공’이 목표임을 놓치지 않은 김석윤 감독의 뚝심도 돋보인다. 또한 웃음과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솜씨 역시 세련미를 더한다. 1편의 초심으로서의 성공, 2편의 과잉이 불러온 부족함에서 교훈을 얻었을까? 이번 영화에서는 전작들에서 발견했던 빈자리를 잘 채웠다. 후반부의 친절한 설명들이 진양조와 중모리 장단처럼 ‘느리고 길어’ 보이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누구와 보아도 재미있는, 노는 사람, 보는 사람 다 신명 나는 굿거리 한 판이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팁 두 개가 있다. 첫째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패러디 한 서필의 장도리 신은 놓치지 말 것, 둘째로 아마도 4편에서는 좀비가 등장할 것 같다는 내용이다.

[글 블랙뤼미에르(필름스토커) 사진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17호 (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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