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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팝인터뷰②]황금희 "획일화 된 예술만 쫓아가는 현실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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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배우 황금희에게 ‘숲속의 부부’는 남다른 자부심이었다.

파격과 금기의 한계를 넘어선 영화. ‘숲속의 부부’를 이 한 문장으로만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숲속의 부부’는 약자를 향한 강자의 폭력이 가득 찬 세상과 그 안에서 숨 쉬지 못하고 자신만의 공간에 도피한 한 남자의 파멸을 그리는 영화이기 때문. 내러티브 구조는 명확하지 않고 이미지와 각각의 상황이 전달하는 감정에 더욱 의미를 두는 탓에 영화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숲속의 부부’는 서사보다 이미지를 통해 더 뚜렷한 감정을 전하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 온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배우 황금희는 ‘숲속의 부부’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 성민의 아내로 출연,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과연 황금희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숲속의 부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그녀는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얘기하며 영화가 가졌던 매력에 대해 얘기했다.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소외당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떤 누군가는 그렇게 살고 있고 당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사는 인물도 있을 거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영화였다. 사회적 시류하고도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매력을 지닌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에는 영화를 연출한 전규환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황금희는 “(전규환) 감독님의 전작들 몇 개를 봤었는데 굉장히 색달랐다”며 “원래 아트하우스 무비를 좋아하고 실험적인 영화를 좋아했다. 물론 클래식한 것도 좋아했다. 근데 감독님의 영화 속에선 감독님만의 색깔을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하고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규환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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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보형 기자


하지만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보는 전규환 감독의 촬영 스타일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고. 황금희는 “촬영을 하는데 굉장히 실험적이었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기도 하셨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찍어도 영화가 나온다 말이야?’라며 걱정 반 의심 반으로 연기를 했다. 연기를 하면서도 이게 맞나 생각이 들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나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님을 믿기 잘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이러한 전규환 감독에 대한 큰 믿음이 있었기에 과감했던 노출 장면도 황금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여배우로써 전신노출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근데 그때는 그런 용기가 생겼다.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상황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기에 감독님을 믿고 도전했다. 좋은 배우라면 작품에 있어 필요하다면 노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굳이 왜 노출을 해야하는 지가 아니라 당연히 감독님을 믿고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전규환 감독의 뚝심을 믿고 도전한 배우 황금희의 열정 덕에 영화 ‘숲속의 부부’는 더욱 파격적인 이미지로 더 강렬하게 스크린에 투영됐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영화의 작품성 보다 영화의 노출 장면에 더 집중됐다. 이에 황금희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영화에 대해 노출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로 집중하는 건 되게 아쉬운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황금희는 “대중의 90% 이상이 획일화된 예술과 대중예술만을 쫓아가는 것 같다”고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대중 예술의 재미가 있으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다양한 예술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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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보형 기자


이에 황금희는 “계속 저희같이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있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획일화된 맛만 쫓아갈 뿐이다. 예술 영화는 어쩌면 정말 내추럴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먹어보면 ‘이런 맛이 있었어?’ 그런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맛을 보는 순간 거기서 못 헤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걸 같이 지키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획일적인 것으로 막고 싶지 않다. 물론 상업영화는 아예 안 할 거야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이처럼 ‘숲속의 부부’는 황금희에게 어떤 한 작품으로만 남는 것이 아닌 획일화된 대중 예술에서 벗어나 더 뚜렷한 메시지와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전달하기 위한 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렇기에 황금희는 여전히 ‘숲속의 부부’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영화를)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작가주의 영화고 이런 게 아니라 같이 느끼면서 딱 봤을 때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겠구나’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저한테도 정말 도전이었던 영화였기에 여전히 저한테는 아름답고 감동을 준 잊지 못할 영화가 될 것 같다.”

한편, 영화 '숲속의 부부'는 세상 끝에 내몰린 한 가장이 아내를 데리고 무작정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드라마.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의 타운 3부작, ‘불륜의 시대’, ‘마이보이’, ‘성난 화가’등의 메가폰을 잡았던 전규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15일 개봉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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