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진단, 구조 안전성 비중 50%로 상향
조건부 재건축 판정 나도 재검증 받아야
안전 진단 통과 절반으로 감소 우려
찬성, “재건축 본래 취지로 돌아간 것”
반대, “장기적 공급 부족, 슬럼화 우려”
2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재건축을 결정할 때 층간 소음이나 주차 공간 부족 같은 주거 환경보다는 건물의 안전 여부가 더 중요해진다. 안전 진단 평가를 할 때 구조 안정성 비중을 확 높였기 때문이다.
올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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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통과를 어렵게 하거나 늦추는 '허들'도 곳곳에 세워진다. 이번 방안과 상관없이 재건축 단지가 안전 진단을 받을 경우 100점 만점에 55점(A~C등급)을 넘으면 재건축을 할 수 없고 유지·보수만 가능하다. 30~55점(D등급)이면 조건부 재건축, 30점 미만(E등급)이면 재건축 판정을 받는다. 조건부 재건축은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할 치명적인 결함은 없지만, 그냥두기도 애매한 상태다. 이 경우 지자체장은 지역 여건과 주민 여론 등을 고려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이 어렵게 된 상계동 일대 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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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더라도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민간기관의 진단 결과를 공공기관이 한 번 더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검증 결과 판정에 이상이 있으면 해당 단지는 다시 민간기관의 안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재건축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안전 진단 전 단계에 공공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현재는 지역 주민의 10% 이상이 동의하면 시장·군수가 자체적으로 현지 조사를 해 안전 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자체의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시장·군수가 한국시설안전공단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에 현지 조사를 의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의무 사항은 아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포항 지진 등을 고려해 이미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 건축물은 안전 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기로 했다. 안전 진단 D등급을 받은 건축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한 E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구조 안전성 등 다른 평가와 상관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21일 입법 예고를 거쳐 이르면 3월 말 새로 바뀐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재건축 안전 진단을 신청했거나 진행 중인 곳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안전 확보라는 재건축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재건축은 구조 안전성의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을 기대하는 아파트 단지가 안전 진단을 통과할 가능성은 기존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재건축 안전 기준을 현행대로 완화하면서 절반 수준이던 안전 진단 통과 비율이 90% 이상으로 올라갔는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재건축 연한을 채웠지만, 안전 진단을 받지 않은 아파트는 서울에만 10만 가구에 달한다.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개정 전후 절차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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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기존 재건축 규제와 맞물려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 진단 강화는 재건축 연한을 연장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재건축 투기를 진정시키는 일시적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일으켜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노후한 아파트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그냥 두면 슬럼화되고 지역 경제가 망가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윤·성지원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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