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의 직간접 고용 인력은 약 1만3000명이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군산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이르는 5만 명 이상이 공장 폐쇄의 영향권에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로 일자리 5000여 개가 사라졌다. 연달아 실업 폭탄을 맞게 되는 군산 주민의 아픔과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동률이 20%에 불과한 군산공장 폐쇄를 무조건 반대하는 정치권의 논리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측의 군산공장 폐쇄는 근본적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원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 와이먼이 전 세계 자동차공장의 생산성을 비교해 발표한 ‘2016년 하버 리포트’를 보면 군산공장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HPU)은 59.31시간으로 전체 148개 공장 중 130위에 그친다. 한국GM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7%대까지 떨어지고 4년 누적적자가 최대 3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임금은 매년 올라 2016년 기준 평균 8700만 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의 실적 부진이 철수를 염두에 둔 본사 차원의 ‘의도된 경영 부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GM이 철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GM에 부품을 비싸게 팔고, 고금리 대출을 해주면서 한국GM의 경영 실적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한국GM이 GM 본사에서 빌린 약 6200억 원의 만기가 이달 28일 돌아온다. 만약 GM 본사가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고 상환을 요구한다면 한국GM의 정상화 대신 의도적인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릴 수 있다.
GM과 협상에 나서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자금 지원 등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에 휘둘려 미봉책으로 군산공장을 연명시키려 한다면 국가경제에 또 다른 부담을 줄뿐더러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구안 없이 “공장 폐쇄 불가와 현 경영진 사퇴”만을 외치는 노조는 반성은커녕 ‘버티면 정부가 살려 준다’는 그릇된 신호를 확산시킬 것이다. 자칫 2009년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우리 사회와 경제에 큰 상처와 손실을 안긴 뒤 2015년에야 정상화된 쌍용차 파업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정부는 군산 경제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대책을 세우면서도 GM과의 협상은 시장논리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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