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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아이언맨·어벤져스·블랙팬서 … 마블 히어로 흥행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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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 설 연휴 300만 돌파

총 18편 개봉, 8000만 관객 모아

가볍고 유머 넘치는 판타지 영웅

한국 젊은 세대들과 함께 성장해

중앙일보

블랙 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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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한국영화’라는 오랜 공식보다 ‘마블영화 흥행불패’가 강했다. 할리우드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의 ‘블랙 팬서’가 설 연휴 흥행왕좌에 올랐다. 한국영화 경쟁작들이 약하기도 했지만, 지난 10년 간 국내 극장가에 축적된 마블의 흥행위력은 명절 대목에도 통했다.

‘블랙 팬서’는 개봉 5일째인 18일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부에선 기존 마블 영화보다 유머가 없다거나, 주인공보다 악당이 돋보인다는 등의 반응도 나왔지만 흥행에 큰 장애가 되진 않았다. 이로써 국내 개봉한 마블 영화 18편의 총 관객 수는 8000만 명을 넘어섰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이 1049만, ‘아이언맨3’가 900만 등이다.

마블 영화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17편이 130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거뒀을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중에도 한국에서의 인기는 남다르다. 미국, 중국 같은 거대 시장을 제외하고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흥행수입을 올린 마블 영화가 7편이나 된다.

마블의 적극적인 구애도 뚜렷하다. ‘블랙 팬서’의 부산 촬영에 앞서 ‘어벤져스2’가 서울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여성 과학자 역에 한국배우 수현을 캐스팅한 것이 대표적이다. ‘어벤져스2’는 교통 통제와 과도한 보안으로 원성도 샀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첫 도심 촬영으로 대대적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흥행성적은 ‘아바타’에 이어 역대 외화 2위까지 올랐다. 사실 마블 영화는 2008년 국내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개봉한 ‘아이언맨’ 1편부터 존 파브로 감독과 주연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내한하는 등 한국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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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키워가는 마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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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여러 캐릭터가 얽히고 설키는 마블의 거대한 영화 세계가 국내 젊은 관객과 동시대 나란히 성장한 것도 강점이다. 과거 인터넷도, 전세계 동시 개봉도 없던 시절에 출발한 ‘스타워즈’ 같은 시리즈와는 다르다. 특히 기존 수퍼 히어로와 다른 아이언맨의 매력은 1편부터 국내 극장가에서 400만 넘게 관람하는 흥행성공을 거뒀다. 심각한 고뇌 대신 흥청망청이 주특기인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바른생활 사나이 수퍼맨, 어두운 재력가 배트맨 같은 영웅과는 차별화가 뚜렷했다.

이후 ‘토르’ 시리즈의 철천지 원수이자 개그 콤비 같은 이복형제 토르와 록키의 활약을 비롯, 국내 영화팬들에게 마블 시리즈는 판타지 액션과 유머 감각이 특징으로 각인됐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마블 영화는 공통적으로 유머 감각과 젊은 감각을 제시한다”며 “엄숙주의 없이 세상을 구한다는 순진한 판타지를 가볍고 코믹하게 펼치며 ‘히어로 판타지=마블’이라는 공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픽노블 전문 이규원 번역가는 “‘아이언맨’ 개봉 전에 ‘씬시티’‘300’‘원티드’등 만화 원작 영화가 잘되면서 국내에도 미국 그래픽 노블 팬이 생겼다”며 “DC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 등이 어둡고 무거운 반면 마블은 가볍고 재미있는 점이 호소력을 발휘했다”고 지적했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특히 “마블 스튜디오 대표 케빈 파이기가 주도권을 갖고 만드는 거대한 세계관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스타워즈’가 거대 세계관 영화의 출발점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에선 70년대 당시 ‘스타워즈’가 순서대로 수입되지도 않았고 문화적 관심도 별로 없었다”며 “‘아이언맨’의 성공과 함께 제대로 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세계관이 등장하며 ‘즐길 준비가 된’ 한국관객과 제대로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마블 코믹스의 만화 캐릭터는 앞서 스파이더맨은 소니, 엑스맨은 폭스 등 각기 다른 대형 영화사가 영화판권을 보유하고 각자 시리즈를 만들어왔다. 케빈 파이기는 이런 방식 대신 마블이 판권을 팔지 않은 캐릭터를 골라 직접 제작에 나서도록 주도, 현재 마블 영화 전체를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다. 여러 캐릭터가 각자, 또 함께 뭉쳐 활약하는 마블 영화 시리즈 전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로도 불린다. 각각의 캐릭터가 거대한 우주 같은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설정이니, 마블의 모든 영화가 서로 연결되는 셈이다. 신작도 ‘마블’ 이라면 관객의 기대를 부르게 되는 배경이다.

한국에선 아이언맨,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 등 각기 다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마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북미 흥행성적은 ‘아이언맨2’가 ‘아이언맨’을, ‘어벤져스2’가 ‘어벤져스’를 밑돌았지만 한국에선 매번 전작의 흥행성적을 뛰어 넘었다. 물론 늘 흥행불패였던 건 아니다. ‘어벤져스’ 개봉에 앞서 순진하고 진지한 영웅 캡틴 아메리카를 먼저 내세운 ‘퍼스트 어벤져’는 51만 관객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도 흥행 강세가 뚜렷하다. 전직 의사로 마법 초능력을 갖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544만, 개미처럼 몸이 작아지며 초능력을 발휘하는 ‘앤트맨’은 284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의 ‘블랙 팬서’도 이같은 예가 될 것 같다.

이후남·나원정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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