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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윤택 “강제 아니었다”…또다른 여성 “성폭행 탓 임신·낙태”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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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반쪽 사과’ 회견에 첫 폭로자 “뻔뻔함에 치 떨린다”

밀양연극촌 촌장 하용부 성폭행설도…연희단거리패 해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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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연출가 이윤택씨(66)가 19일 성폭력 의혹 일부를 인정하며 공개 사과했지만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합의된 관계’를 주장한 데 대해선 피해자들의 반박과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대상은 이씨를 넘어섰다. 연극계 전체의 환부를 드러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의 소극장에 이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150여명의 취재진이 무대까지 들어찼다. 연희단거리패 3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극장에서 이씨는 강제추행을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 연극배우는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회견 중간중간 “당사자에게 사과하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이씨는 회견 동안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내용 면에선 ‘미진한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그는 전직 단원 ㄱ씨가 폭로한 두 차례의 성폭행에는 “강제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의 증언들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고 했다. ㄱ씨 주장에 따르면 첫 성폭행이 있던 2001년 그의 나이는 19세로 연극을 막 시작한 민법상 미성년자(만 19세 미만)다. 당시에도 이씨는 연극계 전체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경향신문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한 연극인이 피해자에 대한 직접 사과와 경찰 자수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의혹은 오히려 불어났다. 2003~2010년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고 밝힌 ㄴ씨는 이날 이씨의 성폭행으로 2005년 임신해 낙태했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ㄴ씨는 그러면서 “조금 전 기자회견장에 갔다”며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씀에 회견장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지난 14일 이씨의 상습 성추행 의혹을 처음 폭로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도 “뻔뻔한 태도에 치가 떨린다. 성관계였다고 헛소리를 하는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형법상 강제추행, 강간 등은 일반적으로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2008년 이후의 강제추행과 성폭행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연희단거리패는 이날부로 해체됐다. 김소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은 용납이 안된다고 생각해 단원들과 논의 끝에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극단 전체가 ‘침묵의 방조자’로 비판받고, 연희단거리패 출신이라는 것이 ‘낙인’이 되는 분위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성폭력 의혹도 나왔다. ㄱ씨는 이씨뿐 아니라 “2001년 여름 하용부씨(밀양연극촌 촌장)에게 연극촌 근처 천막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성폭행은 없었다”며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깊이 사죄한다”고 부인했다. 또 다른 유명 연극인들의 이름도 SNS상에서 오르내린다. 이들 증언의 공통된 점은 많은 연극인들이 철저한 위계서열 속에서 ‘제왕’ 같은 ‘선생’을 모시고, 합숙생활이나 연습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한다는 것이다.

이씨를 제명한 연극 관련 협회들은 윤리강령 제정, 연극계 성폭력 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대응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여성가족부와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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