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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현장 공무원 특허기술로 ‘국민 안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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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관이 발명 ‘혈흔 탐지용 시약’…소방관이 개발 ‘말하는 소화기’

경향신문

지난해 11월6일 경남 고성군의 공장에서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몸에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있었지만 타살인지 자살인지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건 현장의 수돗가에서 발견된 흉기는 물에 씻겨져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이 사건은 경찰 수사 끝에 결국 자살 사건으로 결론이 났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당시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계에 근무하던 검시조사관이 발명한 혈흔 탐지용 조성물 ‘루미놀 신(新)시약’을 사용했다. 경찰은 이 물질을 이용해 사건 현장에 있던 흉기에서 지워진 사망자의 혈흔을 찾아낼 수 있었다.

루미놀은 혈흔 감식 등에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사건 현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혈흔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지만 값비싼 수입품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 문제였다. 경찰 검시조사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과 함께 지난해 수입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지니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인 국산 시약을 개발해 특허 출원하면서 이런 문제는 해결됐다. 이 발명품은 현재 전국에 시범 보급돼 활용되고 있다. 특허 등록이 결정되면 국가가 특허권을 갖는 국유특허가 될 예정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범죄나 재난 현장에서 현장 공무원들의 발명·특허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소속 소방관 2명이 발명해 지난해 국제특허를 출원한 ‘말하는 소화기’도 현장의 아이디어가 국민 안전을 지키는 발명과 특허로 이어진 사례다. 이 소화기는 노약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소화기를 움직이면 음성으로 사용법을 안내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말하는 소화기는 현재 전통시장이나 독거노인 등에게 보급돼 사용 중이다.

특허청은 이런 사례들을 모델로 올해 국민 안전 분야의 혁신기술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특허청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정부 기관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최근 경찰·소방·해양경찰청과 ‘국민 안전분야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19일 밝혔다. 재난·치안 현장의 공무원들이 현장 경험에 기반을 둬 적극적으로 특허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나 민간 기술 이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약의 주요 내용이다. 특허청 등 협약 기관은 이를 위해 올해 현장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발명대회인 ‘국민 안전 발명챌린지’도 공동 개최한다. 대회에서 선정된 발명 아이디어가 특허로 등록되면 직무발명제도에 따른 국유특허가 돼 치안과 재난 현장에서 활용되고, 발명 공무원에게는 등록보상금과 기술로열티가 지급된다.

성윤모 특허청장은 “최근 잇따른 대형 사고로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장 공무원들의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적극 발굴해 활용한다면 국민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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