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8 (월)

박찬욱 감독 `미투` 바람 타고 英 아카데미 받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년)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사로잡았다.

영국 아카데미 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2018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박 감독의 열 번째 장편 '아가씨'를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호명했다.

한국 영화가 영미권 주요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외국어영화상이 아시아권 감독에게 돌아간 것 또한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 이후 18년 만이다. 아시아권에서는 그간 장이머우 감독의 '홍등'(1992년),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1993년),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년)까지 중화권 영화 위주로 수상의 영예가 안겨졌던 바다.

19일 영국 현지에 있는 박 감독은 수상과 관련해 "공교롭게도 런던에서 영국인들과 일하는 중이라 얼마나 큰 상인지 실감하고 있다"면서 "'리틀 드러머 걸' 촬영을 무사히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 '아가씨' 스태프, 배우들과 냉면 파티를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현재 자신의 첫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촬영차 영국에 머물고 있다.

'아가씨'의 경쟁작은 모두 네 편이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러브리스',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연출한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캄보디아 딸이 기억한다'로, 하나같이 쟁쟁한 수작들이다. 그중 '세일즈맨'은 이미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고, '러브리스'는 올해 같은 부문 후보 명단에 올라 있다. 반면 '아가씨'는 '밀정'(2016년)과 '택시운전사'(2017년)에 밀려 미국 아카데미 위원회에는 출품되지 못했다.

'아가씨'의 이번 수상은 할리우드 너머 영국 영화계 전반으로까지 확산 중인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e too·나도 당했다)'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담고 있는 주제의식이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의 위선과 기만을 풍자하며 여성 간 사랑과 계급적 연대를 그리기 때문이다. 김민희(히데코 역)와 김태리(숙희 역)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국내 개봉 당시 428만명 관객을 모았으며, 영국에서는 지난해 개봉했다.

실제로 이날 시상식장은 '미투' 운동을 상징하는 먹빛으로 온통 일렁였다. 배우 앤젤리나 졸리부터 제니퍼 로런스,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마고 로비, 나오미 해리스 등 레드카펫을 밟은 여배우마다 일제히 검은색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것이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회장 제인 러시는 "용기 있는 폭로가 또다시 용기 있는 성폭력 폭로로 이어졌다"면서 "이는 매우 역사적인 순간으로, 변화를 위한 분수령과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아일랜드계 여배우 190명은 이날 시상식을 앞두고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저버에 성차별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게재했다. 이들은 "자매들이여, 이제 우리가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할 순간이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여성 차별을 없애려는 연대가 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 업계를 중심으로 설립된 성범죄 피해자 지원 캠페인 '타임스업(Time's up·'더 이상은 안 돼'라는 뜻)'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공개됐다. 국경과 직업 구분 없이 성차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배우들이 움직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시균 기자 / 박대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