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업 기상도 - ‘흐림’
포춘코리아가 매달 연재하는 ‘이 달의 기업 기상도’ 첫 번째 ‘흐림’ 기업은 금호타이어다. 2017년 매각이 불발된 금호타이어가 2014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유동성이 말라붙어 2017년 12월 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또 다시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중국 국영 타이어업체 더블스타타이어(이하 더블스타)와의 매각 재협상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매각 협상대상자 유입을 위한 방안으로 오는 1월 28일로 예정된 1조 9,000억 원짜리 채권 만기를 1년 연장하고, 이자율도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에 노조와의 합의가 전제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초 중국 국영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될 위기에 처하며 한 해를 위기로 시작했다. 당시 더블스타는 매출액이 금호타이어의 10분의 1, 회사 규모는 4분의 1 수준인 글로벌 타이어 업계 30위권 업체였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업계 국내 2위, 글로벌 14위 기업이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매각 협상 과정에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국내 공장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기술 유출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고용보장과 국내 설비 투자 등을 매각 조건으로 걸었다.
해외 매각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면서 금호타이어의 실적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2014년 3,584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5년 1,360억 원, 2016년 1,201억 원으로 계속 감소했다. 2017년엔 200억 원 가량 영업손실이 예상될 정도로 실적이 부진한 상태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12월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큰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호타이어 실적이 나빠지자 더블스타는 인수가격을 깎아달라며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가격 인하 요구 등 갈등이 커지자 지난해 9월 더블스타와 매각협상 결렬을 최종 선언했다.
해외 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게 다시 돌아오는 듯했다. 그러자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에 7,300억 원 규모의 자구 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그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모두 포기했다. 박삼구 회장이 용퇴한 뒤 금호타이어의 정상화를 위해 김종호 전 총괄사장이 새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고, 그 후 금호타이어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또 다시 매각을 결정하면서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1년이나 채무를 연장해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유력한 매수자가 있기 때문에 채권단에서도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더블스타가 여전히 매각 협상 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비공식적으로 3자 유상증자 방식 인수를 타진한 국내 대기업들도 여전히 후보군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더블스타와 다시 접촉한 일은 없다”면서 “현 시점에선 앞서 인수 후보로 거론된 SK그룹이나 롯데케미칼 등 모든 잠재적 투자자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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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더블스타가 여전히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꼽히는 것은 금호타이어 내부 사정에 훤해 상대적으로 협상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실적악화 주요 요인인 중국 공장의 정상화가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국민 정서를 또 한 번 자극할 수 있는데다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당사자인 금호타이어 노사부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올 공산이 크다. 지난해 채권단과 더블스타 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금호타이어 전·현직 임원과 노조, 협력사·하청업체로 구성된 매각저지대책위원회는 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KDB산업은행을 압박한 바 있다. 해외 매각으로 기술이 유출되면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도 해외 매각에 반대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 이전부터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시해왔다. 지난해 3월에는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며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게 아니라 국익과 지역 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놓고 불거진 노사갈등도 부담스러운 걸림돌 중 하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조직 축소 및 인원 감축, 일반직 희망퇴직, 특수관계자 거래 개선과 판매 촉진을 위한 외국 영업망 정비 등을 통해 약 525억 원을 절감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노조는 1월 24일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예고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노조 측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며 “임금성 비용 30% 삭감안 등에 대해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채권단과 사측이 경영정상화를 빌미로 노조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임금체불이 지속 될 경우 형사고발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측은 “노사가 채권단의 양보로 어렵게 주어진 1개월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갈등과 반목으로 허비한다면, 1개월 후 금호타이어의 생존과 지역 경제의 미래, 구성원들의 고용안정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이 1월 24일 예정된 전면파업을 철회하고, 집중교섭을 통해 회사를 우선 살려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수준과 기간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입금 만기가 임박했을 때도 노조는 자구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만기 연장으로 노조에게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노사합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다시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금호타이어의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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