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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영흥도 사고’ 급유선 선장 “낚싯배 늦게 발견” 입장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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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땐 “낚싯배 접근 알았지만 감속·변침 안해” 주장

사고 당시 자리 비운 갑판원은 무죄 주장

뉴스1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 선창1호의 인양 모습.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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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지난해 12월 3일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과 부딪쳐 낚시객 등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급유선 선장이 법정에서 “낚싯배 접근을 늦게 발견했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앞서 그는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는 “현장에 낚시어선이 접근하는 줄 알았지만 알아서 피해갈 것이라고 생각해 감속이나 변침하지 않았다”며 본인의 과실을 대부분 인정했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나경 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2차 공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치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급유선 명진15호(336톤) 선장 전모씨(39)의 변호인은 “명진15호를 사고 당시 (낚시어선 선창1호를) 추월하는 선박으로 전제한 뒤 선장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전씨 변호인은 “좁은 수로에 진입한 선창1호를 명진15호가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적 여유는 40여초 밖에 되지 않았다”며 “좁은 수로 항법을 지키지 않은 상대 선박(선창2호)의 과실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피고인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도 했다.

변호인 측이 주장한 ‘좁은 수로 항법’은 해사안전법 제67조가 규정한 것으로 ‘길이 20m 미만의 선박이나 범선은 좁은 수로 등의 안쪽에서만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는 다른 선박(큰 배)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변호인의 주장을 종합하면 명진15호 선장 전씨가 낚싯배 선창1호를 처음 발견한 때는 사고 시각에서 불과 34초 전인 2017년 12월 3일 오전 6시1분54초였기 때문에 사실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배인 선창1호가 좁은 수로 항법에 따라 항행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공소사실 요지를 통해 전씨가 명진15호와 선창1호의 항로상 두 배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오전 5시59분39초에 처음 발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시각으로부터 2분41초 전에 선창1호를 발견한 것으로 추정돼 명진15호 선장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판은 낚시어선 선창1호가 ‘작은 수로 항법’ 운항을 했어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여부와 급유선 명진15호 선장 전씨가 ‘주의 의무 위반’을 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다투는 게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된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전문가로 한국해법학회장인 김인현 고려대 법대 교수와 이창희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를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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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어선 선창1호와 급유선 명진15호의 사고 당시 항적 분석도.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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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변호인 측은 사고 당시 2인1조 당직 근무를 하지 않고 조타실을 비웠다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명진15호 갑판원 김모씨(47)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김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당직 근무를 소홀히 해 회사 자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법령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사고 급유선은 해당 법령을 적용받지 않는 500톤급 미만이고 항해 시간도 6시간 미만이기 때문에 갑판원이 필요한 선박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전씨와 김씨는 재판내내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 책상만 바라봤다.

이날 재판에는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 유가족 일부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동서 사이인 전씨와 김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전 6시2분20초께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25㎞ 해상에서 낚시어선 선창1호와 부딪쳐 낚시객 등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선창1호에는 총 22명이 타고 있었고 이 가운데 7명이 구조됐다.

검찰은 전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저장 매체에 남은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씨가 사고 당일 오전 5시7분부터 사고 직전인 오전 6시2분까지 조타 중 휴대전화로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기관에서 사고 직전 물을 마시러 식당에 가 조타실을 비웠다고 주장한 갑판원 김씨는 다른 선원들과 대질 조사한 결과 사고 당일 오전 4시40분부터 오전 5시30분까지 선원실에서 휴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사고 당일 당직 근무 시간은 오전 4시30분∼오전 6시30분이었다. 검찰은 김씨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조타실에서 실제 근무한 시간은 오전 5시30분부터 오전 5시58분까지 28분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의 다음 재판은 4월 9일 오후 2시30분 인천지법 320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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